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올 하반기 벌어질 ‘마케팅 전쟁’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 유심 정보 해킹 사고를 계기로 알뜰폰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통신 공약 중 하나로 알뜰폰 활성화를 내걸면서 알뜰폰으로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여기에 7월 중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가입 지원금을 대폭 올리는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신(新) 사업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생활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정보 통신비 인하를 약속하며 알뜰폰과 자급제폰 이용을 장려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전 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QoS) 도입을 예고했다. QoS는 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도 제한된 속도로 데이터를 추가 요금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올 초 정부 주도로 월1만원대에 5세대(5G)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가 출시됐지만 QoS가 지원되지 않는 탓에 가입이 저조한 측면이 있었다.
데이터 안심요금제 정책이 현실화하면 알뜰폰 가입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통신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SK텔레콤 해킹 이후 소비자들이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혜택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030200)OA)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KT·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이동통신 이용자 수는 13만1317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3월만 해도 8만9503명에 불과했지만 두달 만에 47%가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온 단통법이 7월 22일부터 폐지되면서 하반기부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통신 3사 간 번호이동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통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5년 한해에만 통신 3사는 약 96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한 바 있어 법 폐지 이후에는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영업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정부와 논의 중이며 유심 무상 교체 작업이 끝나는 6월 20일 전후가 영업 재개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7월에는 갤럭시Z 7시리즈, 9월에는 애플 아이폰17 시리즈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신 3사는 주요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 맞춰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동통신 3사는 마케팅 비용과 AI·데이터센터 등 미래 투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가입 보조금을 늘리다 조원 단위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분야인 무선 사업과 확실한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 중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비주력 사업 정리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