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UN 총회의에선 171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에서 차기 유엔해양총회(UNOC)를 개최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통과됐다. 한국은 찬성 169표, 반대 2표, 기권 0표로 칠레와 함께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 공동 개최국이 됐는데 당시 반대표를 던진 건 미국과 아르헨티나였다.
유엔해양총회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중 14번(해양환경·해양자원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활용)을 이행하기 위해 3년마다 열리는 해양 분야의 최고위급 국제회의다. 193개 유엔 회원국, 국제기구 등에서 약 1만 5000명이 참여해 해양 분야 현안을 논의한다. 제4차 총회는 ‘유엔 SDG’의 달성 시한인 2030년을 2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주목도가 더 높다. 지난 6월 프랑스 니스에 열린 제3차 회의에는 유엔 회원국 정상급 지도자만 55명 이상 참석했다.
동맹국이 이런 대형 국제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미국이 ‘딴지’를 거는 건 한국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유엔 결의안에 담긴 SDG 자체를 배격하는 기류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이 SDG 이행과 관련된 모든 유엔 결의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부정적 기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9월 미 에너지부(DOE)는 소속 부서인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의 ‘피해야 할 단어’로 ‘기후변화’, ‘배출’, ‘녹색,’, ‘탈탄소’ 등을 지정했다. EERE의 대외업무 과장 대행 명의로 발송된 e메일 공문에는 “이것이 피해야 할 단어들의 최신 목록이라는 점을 모든 구성원이 명심토록 해달라. 현 행정부의 관점과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 용어는 피하도록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트럼프는 같은 달 23일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주도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 “녹색 사기”(green scam) 등의 표현을 쓰면서 “탄소 발자국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美 다자주의 탈피 기조, 韓 영향 미칠 듯

외교가에선 이런 미국의 다자주의 탈피 행보가 한국의 외교 환경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국 전쟁 이후 다자 경제·안보 협력 체제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은 한국은 다자 외교 수혜국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서 “전 지구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한국의 노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인류 공동의 약속을 실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다자주의 강화와 국제 협력 기조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앞장서 다자주의를 경시하고 서방의 다른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이를 우려하며 거리를 두는 ‘1대 다(多) 구도’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한국도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에 직면할 상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외교관, 정부·업계 관계자들은 해상 운송 부문의 순 탄소배출량을 낮추는 내용의 IMO 규제안에 반대하라는 미 측의 압박을 받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안 채택에 찬성하는 국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표결은 결국 1년 연기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자주의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예측 가능 선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으로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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