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연대

2025-09-15

미국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후 극우들의 ‘국제 연대’가 표면화하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같은 극우 정치인은 “신앙과 자유의 진정한 수호자”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런 현상을 “(트럼프식) 포퓰리즘의 국제적 수렴”이라고 했다. 커크는 피살 닷새 전인 5~6일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영국 BBC가 “영국 현대사 최대 규모 극우 반이민 시위”라 한 13일 런던의 ‘왕국 통합 집회’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극우 ‘국제 연대’였다. 집회에 가세한 영국·독일·덴마크 극우 정치인들은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라고 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보았듯 한국 극우 집회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건 성조기다. 12·3 내란을 옹호하는 한국의 극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특히 미국 극우와 연대를 도모하며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전한길)을 학수고대한다.

극우 세력이 전 세계인 일상에 이처럼 가까이 다가온 건 1930년대 ‘파멸의 시대’ 이후 처음일 것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국제협력체’가 군사동맹으로 치달은 불길한 그림자를 다시 보는 듯하다.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극우 국제 네트워크를 꿈꾸며 세운 ‘더무브먼트’를 감안하면 망상만은 아니다.

극우가 진화 중인 사회는 불온한 사회다. 그리고 불길한 세계의 전조다. 현상으로서의 극우는 빈곤·실업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나타나는 정치적 반동 흐름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 파시즘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정당·미디어와 만나 조직화하면 ‘정치적 실체’가 된다. “역사가 인간에게 가까이 올 때 사회집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어리석음과 병적 징후”(레비스트로스)의 하나가 극우 현상이다. 극우 현상은 글로벌 ‘전염병’이 될 수 있다.

한국 극우는 아직 반공·반중을 이슈로 한 현상에 가깝다. 하지만 전한길 같은 이가 국민의힘 ‘점령’을 외치는 상황이니 빨간불은 켜졌다. 국제 연대는 극우의 실체화를 가속할 수 있다. 한국 극우의 외세 의존을 가볍게 봐선 안 되는 이유다. 우리 역사가 과거 나치즘처럼 “깨어나려 발버둥 치는 악몽”(제임스 조이스)의 문턱에 서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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