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수수료 무료’ 파격 혜택 알리 글로벌셀링, 마냥 좋기만 할까요?

2024-09-25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10월 중 한국 셀러의 글로벌 셀링을 시작합니다.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운 가운데, 업계에서의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그래서 좋다는 건가요, 나쁘다는 건가요? 업계 사람들에게 한 번 물어봤습니다.

알리 글로벌 셀링, 어떻게 진행하나요?

이번 글로벌 셀링 출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수수료 정책입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25일 서울 파르나스호텔서 열린 ‘제 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에서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셀링에 제로 수수료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작은 단출합니다. 10월 시범 운영 때 일본, 미국, 스페인, 프랑스 4개국에서 한국 셀러의 상품을 판매하고, 이후 알리가 서비스하는 국가들과 알리바바그룹 계열 타 플랫폼까지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국가들은 모두 K식 문화가 통할 것으로 알리가 예상하는 지역입니다. 해당 국가 선정 이유에 대해 레이장 대표는 “한국에서 강세인 K뷰티, K패션 등이 어디에서 유행하고 발전하는지, 해당 국가에서 얼마나 한국 상품을 수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국가에서의 인프라, 지불 관련 내용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가장 많이 해외로 역직구된 카테고리는 화장품(2699억원),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732억원), 음반·비디오·악기(245억원)입니다.

레이장 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시행 초기 운영 카테고리는 해외에서 수요가 있는 K-뷰티, K-패션에 먼저 집중합니다. 이후 K-푸드와 K-팝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날 윤 책임은 중점 카테고리에 대해 ▲K-뷰티(화장품, 퍼스널케어, 향수, 이너뷰티) ▲K-패션(디자이너 브랜드, 동대문 의류, 아웃도어, 패션 잡화) ▲K-푸드(김, 차, 가공식품, 건기식) ▲K-팝(음반, 굿즈) 라고 발표했습니다.

어느 정도 목표치도 있네요. 레이장 대표는 “ 한국에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산업은 케이뷰티, 케이푸드, 케이패션, 케이팝으로, 이 분야의 셀러 80%가 입점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습니다.

원클릭 입점과 글로벌 판매를 위한 원활한 운영 지원도 알리가 내세우는 강점입니다. 글로벌 셀링을 맡은 윤혜원 담당은 현재 입점한 국내 셀러 원클릭만으로 글로벌 셀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품 등록 정보를 원클릭으로 지원한다는 거죠.

언어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어 지원 백엔드, 다국어 무료 번역, 고객 서비스 자동 번역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셀러에게 가장 중요한 정산은 소비자에게 배송이 완료된 이후 15일 이내로 주문 건별로 이뤄집니다. 결제는 알리페이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화로 이뤄지고요.

글로벌 배송은 한국 우체국과 협력합니다. 참고로 알리의 국내 배송은 국내 물류 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셀러가 국내외로 상품을 판매할 때 가격 정책을 달리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윤 담당은 “판매자들의 니즈에 따라 한국와 글로벌 스토어를 분리 운영하거나 상품과 가격을 이원화해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알리 MD팀은 전반적인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카일 장 케이베뉴 총괄은 “현재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케이베뉴 입점 셀러 수는 1만명 을 넘겼으며 이 중 60%가 중소기업(SME)이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셀링 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말까지 여러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특히 운영 전문관 확대가 중요합니다. 알리는 국내 전문관으로는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만을 운영했는데, 올해에는 뷰티와 식품으로도 전문관을 출시합니다. 뷰티는 10월 중 별도의 뷰티탭 출시가 예고돼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글로벌셀링, 마냥 좋은가요?

여기까지 보면 참 좋죠. 한국 셀러의 성장을 위해 알리가 준비한 장밋빛 미래같기도 하고요. 셀러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먼저 업계에서 입을 모아 강조한 건 5년간 판매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건 분명 파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윤 담당은 이날 “입점 보증금, 입점 수수료, 판매 수수료가 모두 무료다”고 강조했습니다.

쇼피, 아마존 등 다른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봐도 알리의 무료 수수료 정책이 파격적입니다. 쇼피의 판매 수수료를 보면 부가세 포함 최저 4%대에서 최대 14%(멕시코)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글로벌셀링 경우, 일반과 프로페셔널 두 가지 계정비에 더해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최저 8%에서 최대 45%(아마존 디바이스 엑세서리)를 부과합니다. 100여개 국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지마켓의 역직구 쇼핑몰 ‘글로벌샵’의 수수료는 5%대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알리의 무료 수수료 정책이 무조건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과거 해외 플랫폼이 국내에 진출할 당시 수수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바 있으나 실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판매 시스템 운영의 높은 난이도, 물류비용 등에서 난관이 있었던 것이 문제인 것으로 봤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는 판매 수수료 외에도 물류비, PG사 결제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을 감당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수적인 비용이 크다면 판매 촉진에 있어 난관일 수 있습니다. 셀러들이 처음 입점하는 플랫폼에서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이, 그리고 물건을 보내기 위해서는 배송비가 필요한 게 당연하니까요. 해외면 이 비용이 더욱 크기 마련이고요.

알리는 마케팅 비용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앱 내 유입자원지원 및 전속 프로모션 지원 ▲해외 외부 노출 마케팅 자원 지원 등이 대표적인 지원 정책입니다. 또 알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은 판매자에게 청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글로벌 셀링 참여 셀러의 배송비에 대해서는 지원 계획이 없습니다. 레이 장 대표는 “물류비는 셀러가 상품가에 포함한다던지, 운송 비용을 별도로 책정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 있는 소비자들이 한국에 있는 상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알리는 글로벌 배송에서 한국 우체국(Korea Post)과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들여다 보면 셀러가 별도로 움직여야 합니다. 먼저 셀러는 우체국과의 계약을 완료해야 하고요. 이후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받은 주문에 대해 우체국 시스템에서 운송장 번호를 생성, 주문 번호를 업로드하고 우체국에 보내거나, 상품을 수거 받는 식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통상적인 방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국내에서 대부분의 역직구는 우체국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택배사들이 해외에서 배송 과정을 관리하기 어려울 뿐더러, 우체국에서 통관 등을 맡기 때문에 셀러 대부분은 해외 역직구를 우체국을 통해 진행하거든요.

대개 배송 과정이 전면 추적되는 국제특급우편(EMS) 혹은 일종의 준등기 개념으로 2kg 이하 소화물을 배송하는 K패킷(K-Packet)을 이용합니다. 일본 경우 EMS는 0.3kg에 2만원, K패킷은 같은 무게에 6930원입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EMS는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신 배송기간도 3~4일 정도로 짧고 배송 과정이 모두 조회되는 등 서비스 안정성이 높습니다. K패킷은 EMS보다 저렴하지만 우편함에 투입하면 배송이 마무리되고 기한이 5~7일 정도로 조금 더 길어, 역직구 판매자들의 물성과 니즈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가벼운 마스크팩을 배송할 때는 K패킷을, 화장품 세트 등 2kg이 넘어가는 물건은 EMS로 보내는 거죠.

이번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에 대해 셀러 반응은 어느 정도 긍정적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관 케이베뉴에 입점한 브랜즈컴퍼니 박종일 대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강점 중 하나는 한국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점이며, 이를 활용하여 한국 셀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외 판매를 통해 직구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늘려 한국 시장 내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한 또 다른 셀러는 “입점 수수료 무료 정책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이다”면서도, “스페인과 프랑스 판매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과 미국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프랑스와 스페인 경우에는 사례가 많지 않고 파악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상품이 알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도구가 되는 동시에 평가절하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알리가 저렴한 중국산 상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한국 국기를 달고 한국식이라고 파는 중국산 상품 중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도 있다”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글로벌에서 한국 상품이 섞여 실제로 판매될 때 한국 상품의 질에 대해 오해하는 이들이 많아질까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셀러 상품에 대해 ‘한국 상품’ 태그를 붙일 계획이네요.

이에 더해 어느 정도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미 해외에서 잘 팔리고 있는 상품 경우, 현지 유통채널 및 타 글로벌 이커머스 채널에서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레이 장 대표는 “알리익스프레스는 그룹 산하에서도 전 세계 180개국을 커버하는 큰 플랫폼이라 어느 정도 우위가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알리익스프레스에게 AI 등을 지원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판매에 유일한 채널임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알리익스프레스식 ‘글로벌 셀링’은 한국 셀러 글로벌 진출의 새로운 희망이 될까요, 아니면 한국 상품을 이용만 를 보여줄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