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박물관과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활용 다른 점은, 같은 점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2025-08-11

“제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조그만 공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관람객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오게 된 것이, 제가 경복궁 답사기를 쓰면서 경복궁 잘 보이는 곳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이라고 하니, 그때 사람들이 많이 왔잖아요. (웃음)”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 8월 8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 특별전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 개막식 축사 가운데 한 이야기다. 박물관계의 맏이로 와서 해준 덕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2017년 출간된 유 관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편’에는 “경복궁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에서 보면 ‘북궐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훤하게 보인다”는 문장이 있다.

웃자고 하는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다소 심각한 주제를 던지는 언급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2년 정식 개관했다. 13년 전 이 건물이 문을 열 때 경복궁과 어떤 연계를 생각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아마 그러지 않았던 듯하다. 그랬으면 ‘경복궁 관람 최고 포인트’라는 홍보가 없었을 리 없다.

경복궁 같은 궁궐 등 문화유산(문화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국가유산청이지만 그외 문체부도 상당한 여할을 한다. 국가유산청 자체가 앞서 문체부 내의 국 단위였다가 1999년 ‘청’으로 독립했다. 정부조직법 상으로 “국가유산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국가유산청을 둔다”는 규정이 있다. 국가유산청의 임무는 매장유산 및 문화유산의 보존과 연구, 관리다. 최근에는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구와 보존, 관리도 결국은 활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포함해 국립중앙박물관 등 지역 국립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문체부 소속기관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바로 박물관 상품(뮷즈)의 성공에 따른 것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명성에 더해서 최근 관련 ‘뮷즈’의 오픈런에,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가유산청은 모두 차관급 조직이다. 그래도 문체부 외청인 국가유산청이 당연히 상급으로 인식된다. 이제까지 전문가로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거친 사람이 국가유산청장을 맡아왔다. 이번에는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 2004~2008년)을 역임한 유홍준 전 청장이 올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했는데, 이것은 국가유산청·국립중앙박물관 역사상 첫 사례라고 한다. 이것은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 그리고 특히 활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문체부는 지난해 관련 규칙을 개정해 국가유산청이 공식적으로 문체부에 보다 자세한 보고를 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문화유산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수록 문체부의 문화나 관광 업무가, 특히 지방에서, 문화유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면 어디에 인프라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관련이 있다. 즉 문화재 때문에 제한이 생긴다는 것이다. 거꾸로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관람 홍보는 문체부 관련 조직과는 다소 별개로 운영된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체부의 주장이다.

문화유산과 관련해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의 보다 긴밀하고 정교한 연계와 협력 모델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축시 경복궁이나 광화문 광장에 대한 보다 친화적 관람을 위해 사전 준비가 있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북쪽 경복궁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카페가 지난 8월 8일에야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은 8층 옥상만큼 좋은 곳이지만 그동안 별다른 용도 없이 비어 있었다.

‘케데헌’ 돌풍에 국가유산청도 참여를 했다. 덕수궁 돈덕전 2층에 새로 기념품 코너를 마련했는데 케데헌과 관련됐거나 독립운동에 연계한 문화유산 상품을 준비해 8월 12일 오픈할 예정이다. 상품의 제작과 판매는 국가유산청 산하 국가유산진흥원이 담당한다. 국가유산청의 상품들이 이미 ‘뮷즈’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대박을 치고 있는 문체부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연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현재는 기관별로 다른 상품을 개발, 판매 중이다.

한편으로는 광복 80주년인 올해 ‘태극기’가 바쁘다. 앞서 언급했듯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태극기, 함께해온 나날들’ 특별전이 진행 중으로, 특별전에는 태극기 관련 자료 총 210점이 있는데 그중에서 실물 태극기는 18점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1890년대 이후 중요한 태극기는 다 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 ‘데니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의 전시물은 복제품이다. 원본 ‘데니 태극기’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광복 80주년, 다시 찾은 얼굴들’에서 전시돼 있고 ‘진관사 태극기’는 덕수궁 돈덕전의 ‘빛을 담은 항일 유산’ 특별전에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문체부(박물관)과 국가유산청의 차이에 대해 문체부는 유물을 건물 안에 모아 두고 관리하는 역할, 국가유산청은 야외에 그대로 놔두고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재홍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역할은 유물에 스토리를 입혀 문화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모두의 역할이 같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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