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여성 스포츠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인도 여자크리켓 국가대표팀이 2025 국제크리켓협회(ICC) 여자 크리켓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몰 무줌다르 수석 코치가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나비 뭄바이의 DY 파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결승전에서 52점 차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도는 2005년과 2017년 결승전 패배를 털어내고 마침내 정상에 섰다. 인도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역사적 승리”라고 보도했다.
결승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도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3연패를 당하며 우승 후보에서 멀어졌다. 가까스로 진출한 준결승에서 월드컵 7회 우승팀인 호주를 만나 좌절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30일 경기에서 호주를 상대로 막판 추격에 성공하며 5위켓 차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결승 진출에 이날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는 3만5000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했다. 주요 방송사 애플리케이션 기준 결승전 경기 조회수는 약 3억회를 돌파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선수들이 대회 내내 뛰어난 팀워크와 끈기를 보여줬다”며 “이번 역사적 승리는 향후 더 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도전하는 데 큰 동기를 줄 것”이라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인도 여성 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르만프리트 카울 대표팀 주장은 “우리는 좋은 경기를 해왔지만 큰 대회 우승이 필요했다”며 “이 우승 없이는 변화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스미리티 만다나 대표팀 부주장은 “궁극적인 바람은 거리에서 여자아이들끼리 크리켓을 즐기며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이번 월드컵 우승은 그런 문화를 만드는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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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인구의 인도에서 크리켓은 ‘국민 스포츠’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성 선수들은 오랜 기간 제도적 차별을 겪어왔다. 여자 대표팀은 2006년에서야 인도크리켓관리위원회 산하에 정식 편입됐고, 남성 선수들과 같은 중앙 연봉 계약 제도는 2017년에 이르러서야 적용됐다. 여성 선수들은 안정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남성 선수들과의 보수 격차도 크다고 NYT는 전했다.
인도 온라인 매체 더퀸트는 “세계 성 격차 지수에서 148개국 중 131위를 차지한 나라에서 여성이 스포츠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하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 최경윤 기자 cky@kha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