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반도체'는 이것”…이노테크 엑스포 달군 대만 로봇 기술

2025-10-19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 역할을 하는 제조업 강국 대만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을 점찍었다. 인공지능(AI) 전선이 AI를 물리적 실체와 결합하는 '피지컬 AI'로 옮겨가면서 반도체와 제조에 강점을 가진 대만이 국가 차원의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18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2025 대만 이노테크 엑스포(TIE)'는 지능형 로봇 육성에 대한 대만 정부의 의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과 연구소들의 첨단 연구개발(R&D)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미래기술관(FUTEX)은 3~10년 후 상용화가 예상되는 220개 R&D 성과가 대거 소개돼 미래 기술 트렌드를 엿보였다. 지능형 로봇, 양자, 스포츠, AI, 헬스케어, 반도체 등 주제로 구성됐는데, 특히 지능형 로봇 관련 대학과 연구소 부스는 로봇을 직접 시연해보려는 인파로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국립대만대학교는 160㎝ 키를 가진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44개 액추에이터와 양안(스테레오) 카메라, 관성측정장치(IMU), 리얼센스 카메라 등 센서를 탑재해 요리나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국립실험고등학교 로봇팀 제네시스는 지난해 VEX 세계 로봇 선수권 대회에 대만 대표로 참가해 세계 챔피언을 차지한 곳이다. 이 팀은 다양한 자동화 로봇을 설계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이 직접 조종해 링 옮기기를 해볼 수 있는 게임장을 마련해 발길을 붙잡았다.

대만도 한국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 중 하나로 노인 인구 급증과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로봇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대만대학교가 시연한 유아 심장 수술용 로봇 시스템인 'iCROSS'는 정교한 수술 조작이 가능한 장비로,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임상적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지능형 로봇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도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거 개발되고 있다. 국립중산대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장치로 국가 발명 및 창조상 금상을 수상했다.

천웨이슈안 연구원은 “외부 광원과 광섬유 코일을 결합해 기존 자이로스코프 대비 크기와 비용을 줄였다”면서 “드론, 무인자동차, 로봇에 적용돼 항법 제어와 동작 제어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열린 '스마트 로봇 포럼'에 참가한 우청원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주임위원(장관급)은 “과거 대만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자개발생산), EMS(전자제품위탁제조) 등에 집중했지만 미래에는 우리가 가진 제조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인간을 돕는 지능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행정원은 올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AI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작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지능형 로봇 산업 육성 계획'을 승인했다. AI 로봇 산업 혁신과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대만AI로봇산업연맹'도 출범했다.

타이베이(대만)=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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