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20년 간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1515대의 신규 항공기 도입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항공기 투입이 늘면서 항공기 부품 공급망과 정비·수리·개조(MRO) 등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 1950억 달러(한화 약 277조 원)에 달하는 수요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데이브 슐티 보잉 상용기 부문 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2025 보잉 상용기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른 교통량 증가세를 보이는 동북아 지역은 2044년까지 1515대의 신규 항공기 인도가 필요할 것”이라며 “동북아 시장은 성숙하고 큰 시장으로 항공기 대체와 신규 도입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규 도입되는 항공기 1515대 중 단거리용 단일 통로기는 770대, 장거리용 광동체기는 725대다. 한국에는 전체의 30%가량이 인도될 것으로 내다봤다. 광동기체는 기체 내부에 복도가 2개인 대형 항공기로 보잉 777시리즈가 대표 모델로 꼽힌다.
보잉은 동북아 지역의 항공 여객 수요가 2044년까지 연평균 2.4%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1.1%)를 2배 넘게 웃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지역 항공기 보유 대수도 연간 1.6%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보잉은 또 신규 항공기 도입과 함께 항공산업 서비스 시장과 인력 수요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슐티 총괄 디렉터는 “항공 산업은 경제적인 승수 효과를 불러온다”며 “항공기 1대가 들어오면 GDP 생산량과 무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고 기술직도 많이 고용된다”고 말했다.
보잉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동북아 지역에서는 1950억 달러(약 277조 원)에 달하는 항공 서비스 수요가 발생하는데 분야별로 부품·유통 서비스 800억 달러(약 114조 원), MRO 서비스 550억 달러(약 78조 원), 정보 서비스 500억 달러(71조 원), 훈련·파일럿 서비스 100억 달러(약 14조 원) 순이다.
2044년까지 신규 인력 수요는 9만 2000명으로 전망된다. 객실 승무원이 4만 2000명으로 가장 많고 정비사 2만 7000명, 조종사 2만 3000명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 등에 대해 슐티 총괄 디렉터는 “AI 기술이 항공 산업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개별 항공사들의 AI 전략에 따라 (신규 인력 수요) 추산치는 다를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보잉은 한국 항공 시장이 지난 20년 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항공사 노선 연결성은 2005년 190개에서 지난해 350개 취항 노선(공항 간)으로, 월간 운항 횟수는 같은 기간 2만 4000회에서 5만 5000회로 각각 늘었다. 월간 좌석 수는 500만 석에서 1200만 석으로 확대됐다.
슐티 총괄 디렉터는 “한국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3.7%의 여객 수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장거리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 수요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보잉은 항공사들이 장기적 관점의 사업 계획을 세우고 늘어나는 여객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슐티 총괄 디렉터는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항공기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이 기존에 5~6년 정도의 계획을 수립했다면 앞으로는 10~15년 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공사들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려면 리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할 필요성도 존재한다”며 “중고 항공기와 신규 항공기를 혼합해 활용하고 항공기 수명 연장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