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협상 공식 ‘청구서’ 내민 美, 전략적 대응 강구하길

2025-05-26

한·미 양국이 지난주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서로의 요구사항을 주고받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전했다. 25%에 이르는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철폐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미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 농산물 등 다수의 비관세장벽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개방 확대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미국 측 요구사항을 토대로 협상안을 마련하는 한편 내달 대선 후 3차 협상 일정을 잡아 본격적으로 이견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차기 정부에서 관세협상 시한인 7월8일까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시간이 촉박한 만큼 기민하게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비관세장벽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요구해온 소고기, 쌀 수입 규제 완화는 국민 건강과 식량 안보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다. 국회 보고 등 국민적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할 사안들이라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작년까지 4년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고, 미국 측이 수입을 요구하는 30개월 이상 소고기는 과거 광우병 발병 이력 탓에 우리 시장에서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그간 원자력 발전과 조선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온 만큼 이를 지렛대로 삼으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4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인공지능(AI) 전쟁에서 이기려고 전력 확보를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로 설정한 만큼 원자력 강국인 우리는 미국과 공동으로 안보·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맞은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해양 경쟁에 대비해 조선산업 재건정책을 적극 펴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유리한 국면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미 의회에서 발의된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법’은 국적 전략상선단을 250척으로 확충하고, 2047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화물의 15%를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미 조선업의 부활 방안으로 미·일 공동기금 설치를 제안하고, 미국 내 선박 수선 독 정비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선수를 뺏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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