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왜, 트로트 가수 ‘덕후’가 될까?

2024-11-01

“요즘 살맛이 나요. 영웅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만성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할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남편의 병간호와 갈등으로 힘겨워하던 할머니는 혼자가 되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버텨왔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무력감과 불안에 죄책감이 더해져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고인에게는 정말 죄스럽지만, 이제 더는 악몽을 꾸지 않아요.” 상실감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한 트로트 가수였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희망이 아니고 의미라고 했다. 삶의 의미는 행동과 사랑, 그리고 위기에 맞서 싸울 용기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할머니는 애증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상실감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때 사랑하는 대상이 생긴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행동에 옮겼다. 티케팅에 밤을 새웠고, 공연장에서 신나게 소리 질렀다. 그러자 세상이 밝아졌다. ‘덕질 효과’를 남들과 나누기를 바라기까지 하셨다.

노인에게도 사랑은 필요하다. 대상은 다양하다. 사람, 물건, 사회적 현상 또는 배움일 수도 있다. ‘덕질’에 빠졌다고 수군거려도 좋다. 삶의 의미는 사랑하고 행동하고 극복해야 얻을 수 있다. 기분도 ‘꿀꿀’한데, 소심하지만 요즘 핫한 아이돌 덕질을 시작해볼까 고민한다. ‘아파트,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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