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해 통신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이 급증하며, 통신 시장 내 지각변동이 예상됨에 따라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압박과 막대한 수습 비용까지 예상돼 SK텔레콤의 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달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 수는 23만690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지난 달 28일 유심 무상 교체 이후 가입자 수 감소폭이 커졌다. SK텔레콤 가입자 순감 규모는 △28일 2만5403명을 △29일 3만2640명 △30일 3만2290명 등을 기록했다. 이는 SK텔레콤의 미흡한 대처가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대리점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운다.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해킹 사태를 언급하는 등 자극적인 문구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잠잠했던 통신사 간 시장점유율 싸움이 과열될 경우 출혈 경쟁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는 오는 7월 진행되는 단통법 폐지와 이번 사태가 맞물리며, 기업들 간 마켓쉐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통신사들이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단통법이 폐지되면 보조금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단통법 폐지와 유심 사고 등으로 경쟁이 촉진되면 통신사 이동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다양한 조건과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SK텔레콤, 비용 부담 지속 증가…유동성 확보로 대처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많은 비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료 유심 교체 방침에 따라 SK텔레콤의 지출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의 가입자(알뜰폰 포함)는 약 2500만 명에 달하는데, 모든 가입자가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할 시 약 900억 원(유심 원가 4000원 가정)의 지출이 예상된다.
정부의 압박도 거세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달 30일 진행한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를 소환해 번호 이동 시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오는 5일부터 직영·대리점의 신규 가입자 모집도 중단될 예정이다. 유심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과 번호이동을 받지 말라는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다. 당국이 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산재해있다.
부담감 증가로 인해 신사업에서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텔레콤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AI 투자 규모를 연간 최대 25조 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 설립과 GPU 확보 등에 큰 비용 소모가 예상된다.
서지용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박히며 투자금을 확보하는데 제한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비용 부담도 지속 증가 중"이라며 "정부의 과징금 등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말했다.
SK텔레콤은 빠른 수습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날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시행 △원활한 유심 교체 위한 재고 확보 방안 △해외 여행객을 위한 공항 유심 교체 지원 확대 △로밍 시에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2.0 등 추가 고객 보호 방안을 내놓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불안과 불편함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과 사회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자사는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고객 보호와 피해 예방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유동성도 확보했다. 최근 보유한 카카오 지분 전량을 매각해 약 41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업황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SK 그룹이 AI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SK텔레콤이 핵심 역할을 맡은 만큼 투자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유심 교체 등으로 인해 당장은 흔들리겠지만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라며 "통신사업이 조 단위의 산업인 만큼 비즈니스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는 8일 과방위는 유심 해킹 사건을 다루는 청문회를 별도로 개최할 계획이다. 과방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호출했지만, 그는 치과 진료로 인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