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4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22대 총선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포함해 50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됐고,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된 한 해였다. 올해 말미에는 계엄·탄핵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이슈 속에서 올 한해 우리 산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FETV 편집국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FETV=양대규 기자] 한국에 외화를 벌어주는 주요 수출 상품은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주로 이뤄진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그룹, 자동차는 현대차그룹, 배터리는 삼성·SK·LG, 가전은 또 삼성과 LG가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 한해 산업계를 돌아볼 때 4대 그룹을 빼놓고 지나갈 수는 없다.
올 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이 현실적인 먹거리로 자리잡으면서 미국의 엔비디아라는 기업이 독주를 한 한해였다. 한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이 회사에 반도체를 납품하는지 여부로 국내 1, 2위이자 전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도가 흔들렸다. 아울러 중국의 독주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과 폐지 등 올 한해 발생한 글로벌 이슈에 양사의 실적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던 한해 였다.
가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에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대형 QLED·OLED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냉난방기, 노트북 등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제품에서 1위를 기록하며 한국의 위상을 뽐냈다.
반도체, 통신, 배터리를 비롯해 문어발로 확장을 하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리밸런싱을 시도한 한해였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국내 1위,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계열사를 보유한 SK그룹이지만 그 영역이 너무 넓어지면서 몇년째 적자가 지속된 상황이었다. SK그룹은 올 한해 리밸런싱으로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나갈 준비를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창출하며 전 세계 2~3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기존 내연기관부터 배터리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국내외 현장에서 종횡무진한 한해였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전기차 캐즘이라는 악재에도 큰 피해없이 넘어갈 유연성을 제공했다.
외화를 벌어오는 수출 산업이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내수 산업을 책임지는 '유통' 영역에서는 유통그룹들의 버티기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 악화로 인한 내수 부진은 그룹들에게 수익성 약화, 유동성 위기 등의 문제를 불러왔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방어 전략을 준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을 분리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SPC그룹은 국내 영업이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으며, 오리온은 풍부한 중국법인 자금을 바탕으로 바이오 영역까지 진정한 사업의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인프라를 책임지는 통신 업계와 새로운 수출 강자로 떠오르는 게임 업계를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통신사의 올 한해 화두는 AI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몇년간 AI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올해 이들의 투자는 정점에 올라 본격적인 AI 기업으로 발돋움한 한해였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을 위해 주요 사업의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AI 관련 기업에 큰 금액을 투자했다. KT는 AICT 기업 전환을 내세우며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AI 사업 분야 투자에 확대하며 AI 기능을 서비스에 추가했다. LG유플러스도 AX 기업 전환을 천명하며 CEO 교체와 함께 AI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향후 AI 영역에 꾸준한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도 통화비서 익시오를 출시했다.
게임업계는 기존 NC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기존 3N 체제가 완전히 무너진 한해였다. 3N에서 이제는 넥슨과 크래프톤을 일컫는 NK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넷마블도 작년 대비 성장세를 보이며 그 뒤를 따랐지만 NC소프트는 여러 악재 속에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NC소프트의 위기에 다른 게임사들이 기회를 엿보며 상승을 꾀하고 있다.
FETV 독자들이 송년호 특집을 통해 올 한해 다사다난했던 산업계 이슈들을 되집어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2025년을 극복할 지혜를 조금이나마 얻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