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구르카 전사들

2025-09-03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용병(傭兵)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용병은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건재하였으나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용맹한 용병은 네팔의 구르카(Gurkha)족이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회담할 때 잠시 옥외로 나와 걸으면서 담소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남의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먼발치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작은 키의 경호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곧 구르카 전사들이다.

네팔은 천험(天險)의 요새이며, 아시아에서 서방국가의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대영제국의 깃발에 해지는 날이 없던 시절에 인도를 병탄한 영국은 1814~1816년에 동쪽으로 진군하여 네팔을 침공했다. 이미 영국군은 총기로 무장했지만, 네팔의 구르카족은 손잡이가 짧은 하키 스틱처럼 생긴 칼만 가지고 영국군에 항전했다.

구르카 전사는 왜 그렇게 강용한가? 용사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연교차(年較差) 섭씨 80도의 기온을 견디는 체력, 졸음과 허기를 견디는 인내심, 산악을 치닫는 구보 그리고 용맹함이다. 그들은 먼저 도착하여 나중에 퇴각한다. “역사상 사람을 죽이면서 연민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쟁이거나 구르카의 전사이다.”

현재 구르카의 본국 부대는 해군과 공군이 없이 육군만 9만5천명 정도인데 영국과 인도에 각기 4000명, 그리고 싱가포르 경찰국에 몇백 명이 있으며 각국에 송출한다. 구르카에 깊은 인상을 받은 영국은 해마다 200명의 구르카를 선발하여 육군사관학교(Sandhurst)에서 훈련시킨다. 훈련을 마치고 중령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일정 기간 복무를 마치면 영국 국적을 얻든 귀국하든 본인의 의사에 맡긴다. 그들이 가는 길은 역시 전사이다. 조국을 지키는 데는 용맹한 충성심이 무기보다 먼저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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