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투입된 예산이 7200만 파운드(약 12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영국 내 아동 빈곤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21일(현지 시간)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 발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5월 거행된 대관식의 준비 비용으로 5030만 파운드, 경호와 치안 유지에 2170만 파운드가 지출됐다고 전했다.
영국과 영연방 군인 4000여 명이 동원된 이번 대관식은 6주간의 리허설 끝에 황금마차를 타고 등장한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행렬로 진행됐다. 영국 왕실 거주지인 윈저성에서는 대관식 다음날 기념 콘서트도 열렸다.
대관식 참석 규모 자체는 2000명으로 8000명이 참석했던 선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절보다 축소됐으며 시간도 단축됐다. 이는 경기 침체와 여론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영국 정부(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즐기는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대관식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영국을 알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영국 국민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관식 시청자 수는 2000만 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2900만 명)보다 저조했다.
대관식에 투입된 세금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은 “정부 발표에 나온 내용 외에 국방부와 소방, 교통당국과 지방의회가 쓴 예산까지 포함하면 지출은 최소 1억 파운드(1760억 원)에서 최대 2억5000만 파운드(4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레이엄 스미스 리퍼블릭 대표는 “영국 헌법이나 법률상에는 국왕의 대관식을 세금으로 치르는 의무가 없다”며 “찰스 3세가 고집한 퍼레이드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고 지저했다. 이어 “점심 먹을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이 많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예산을 낭비한 것“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