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4년 9월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벽촌인 시핑포트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찾아왔다. 자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착공식을 열기 위해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 해 전 유엔 연설에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구상을 제시했다. ‘시핑포트 원전’ 건설은 그 핵심 사업이었다. 당시 미 해군과 웨스팅하우스는 마침 세계 첫 핵추진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 탑재할 신형 가압수형 경수로 엔진을 연구 중이었다. 미국은 시핑포트 원전에 이 기술을 응용해 1958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가압 경수로의 안정성·효율성을 실증한 미국은 국제 원전 기술 표준을 선점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 기술 패권의 발판이 된 시핑포트 원전은 20여 년 만에 가동을 멈추고 해체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1979년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던 탓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미착공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취소하고 노후 원전들도 멈춰 세웠다. 이후 2009년까지 미국은 새 원자로 건설을 승인하지 않아 원전 생태계가 쇠락했다.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자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전 패권 회복을 추진 중이다. 이달 23일에는 자국 원자력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경제성이 좋은 신형 소형모듈원전(SMR) 및 초소형의 마이크로원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시핑포트 프로젝트를 유치했던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원전 부활 정책을 적극 거들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마이크로원전 등을 개발 중이다. 펜실베이니아를 지역구로 둔 데이브 매코믹 공화당 상원의원은 원전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국제원자력에너지금융법’을 발의했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원전 증설을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전 증설보다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날로 거세지는 미중 간 에너지 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생존하려면 차세대 원전 개발과 원전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