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자구책을 펼치고 있지만, 목표로 세운 자급률 달성은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밀 자급률을 4배가량 끌어올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밀 산업 육성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최근 ‘낮은 식량자급률, 밀 국산화 추진으로 향상시켜야’ 보고서를 내고 이러한 주장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61년 우리나라 밀의 곡물자급률은 39.8%로 집계됐다. 이후 밀 자급률은 해외 무상 원조와 수입량 급증 등의 효과로 점점 감소하기 시작해 1990년대부터는 1%대를 넘지 못했다. 정부는 자급률 제고를 위해 2020년 ‘밀 산업 육성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까지 자급률을 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23년 밀 자급률은 1.1%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생산량이 감소하며 올해 안에 자급률 5%를 달성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보고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효율적인 밀 자급률 향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밀 자급률이 한자릿수에 그쳤었다. 일본은 1973년 생산량 감소로 자급률이 4%대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기준 17%까지 올랐다. 생산액을 기준으로 하는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0%에 다다른다.
일본은 자국산 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품종 개량, 단지화 사업, 선진기술 도입 지원, 기계·시설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쳤다. 아울러 외국과 자국의 밭농업 생산조건 격차를 인정하고 소득 보장을 위해 ▲밭작물 직접지불교부금(게타 대책) ▲쌀·밭작물 수입 감소 영향 완화 교부금(나라시 대책) 등도 지급한다.
이 외에도 일본은 자국 농가가 밀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입밀 관리를 국가 주도하에 진행하고 있다. 수입밀 매입·매도를 전량 국가가 책임지며 매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국산밀 생산 진흥 재원으로 사용한다.
일본은 이러한 노력 덕에 자국산 밀을 외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제분업체는 수입밀보다 자국산 밀을 더 선호해 일본 밀농가는 국가 수매 없이도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우리밀의 경우 판로가 마땅치 않아 자연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한번 감소하면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많다”며 “밀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처럼 밀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민간 판로 구축을 위해 학교급식에 우리밀을 공급하거나 우리밀을 사용하는 국내 가공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리밀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본따 수입밀의 매입·매도를 정부가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정부 수매에 의존하고 있는 밀농가가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매 단가를 현실화하고 1㏊(3000평)당 100만원인 전략작물직불금도 가루쌀 수준인 200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논밀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밭밀농가 유인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효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