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집팔때 경우의 수 104개…땜질처방에 난수표 된 세금 정책

2025-10-19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해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대책 발표 시기와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권마다 땜질 처방을 거듭해 난수표처럼 복잡해진 세금 정책을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고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정부는 연구 용역 등을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 뒤 부동산 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동산 세금 체계는 납세자들의 수용성이 낮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세법 자체가 복잡해 이해가 어렵다 보니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19일 서울경제신문이 현직 세무사들에게 의뢰해 국내 양도세 체계를 분석한 결과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최소 108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세를 계산할 때는 크게 나눠 5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 세법상 거주자 여부다. 거주자로 분류돼야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이 되며, 해외 체류 기간이 길거나 국내 주소가 없는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두 번째는 주택 수와 특례 적용 여부다. 원칙적으로 1주택만 비과세 대상이지만 일시적 2주택자나 상속 주택, 혼인 합가 등의 특례에 해당하면 예외적으로 비과세를 받을 수 있어 경우의 수가 추가된다. 세 번째 변수는 보유 기간이다. 통상 2년 이상 보유해야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며 2년 미만이면 원칙적으로 과세된다. 네 번째는 취득 시기별 거주 요건이다. 2017년 8월 2일 이전 취득분은 거주 요건이 없지만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경우에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2017년 8월 2일 이전 취득 여부, 2017년 8월 3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취득 여부, 비조정대상 취득 또는 조정지역 해제 후 취득 여부에 따라 세금 부과 기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거주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다시 갈린다. 거주 요건이 필요한 주택이라면 실제 거주 기간이 2년 이상인지 미만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처럼 다섯 가지 변수만 단순히 조합해도 경우의 수는 108가지라는 계산이 나온다. 고현식 세무사는 “이외에도 실무적으로 세대 판정, 상속 특례, 임대 등록 여부 등에 따라 수십 가지 예외 규정이 얽혀 있어 실질적으로 경우의 수가 수천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양도세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세제가 복잡하면 납세자들이 거래를 미루거나 급매로 내놓는 등 시장 신호가 왜곡될 수 있어 명확하고 쉬운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멘토로 알려진 이광수 명지대 대학원 겸임교수는 “표가 떨어질까 봐 이 제도는 빼고 저 제도는 넣는 식으로 꼬이고 꼬여 누더기가 됐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세제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구 경제부총리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 부담은 낮고 양도소득세는 크다 보니 잠금 효과가 굉장히 큰데 고가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세금 부담이 되고 팔 때에는 가볍다면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거래가 활발히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미국처럼 재산세가 1%에 달한다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오래 들고 있기 힘들다는 의미다. 구 부총리는 “50억 원짜리 집 한 채를 보유한 이보다 5억 원짜리 세 채를 보유한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하면 과연 이게 형평성에 맞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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