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와 글래스루이스, 고려아연 정기 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 발송
‘캐스팅보트’ 외국 투자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권고 참고
이사 수 상한은 고려아연 측·이사회 구성은 영풍·MBK 측 찬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안건에 대한 보고서를 잇따라 발송했다. 형식적으로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핵심 변수인 이사회 구성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계 기관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가운데, 자문사 권고에 따라 경영권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기관 투자자들에게 잇따라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 대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했다.
현재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주요 판단 근거로 삼는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관의 약 70% 이상은 ISS, 나머지는 글래스루이스의 권고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주총은 글로벌 자문사들의 입장을 참고하는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달려 있으며, 주총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는 영풍·MBK 측 이사 후보에 찬성하면서도,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는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며 균형 잡힌 판단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ISS는 고려아연의 추천 이사 7명 전원을 반대하는 한편, 영풍·MBK가 추천한 17명 중 4명만 찬성하는 절충적 입장을 보였다.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의 정관 변경안에는 찬성하면서도, 감사위원 선임 등 거버넌스 개선 측면에서는 영풍·MBK 측에 힘을 실었다.
글래스루이스도 19인 이하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1월 임시주총을 앞둔 의안 분석 때는 최 회장 측 이사 후보만 찬성했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크게 바뀌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의 행동은 기업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이고,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며 “임시 주총 하루 전에 상호주 구조를 생성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며 경영권 장악만을 우선시하는 노골적인 고착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총 전날 기습적으로 영풍 지분 10.3%를 호주에 설립한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로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 시도는 무산됐다. 당초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우세했던 영풍·MBK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반전된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이사진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는 영풍·MBK 측 이사 후보에 더 많은 찬성 의견을 내며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 수 상한 설정 여부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따라 각 후보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이 통과된다는 전제에서는 글래스루이스는 영풍·MBK 측 후보 5명(김용진, 김재섭, 손호상, 정창화, 천준범)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같은 조건에서 고려아연 측 후보 중에서는 박기덕, 권순범 후보에 반대하고,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에 찬성했다.
이사 수 상한이 없고, 집중투표제로 12명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영풍·MBK 측 후보 8명(김명준, 김수진, 김용진, 김재섭, 손호상, 윤석헌, 정창화, 천준범)에 대해 찬성했다. 같은 조건에서 고려아연 측 후보 중에서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최재식 등 4명에 대해 찬성했다.
이사 수 상한이 없고 집중투표제로 17명을 선임하는 경우, 글래스루이스는 영풍·MBK 측 후보 11명(김광일, 권광석, 김명준, 김수진, 김용진, 김재섭, 손호상, 윤석헌, 이득홍, 정창화, 천준범)에 찬성했다. 고려아연 측 후보 중에서는 최내현,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최재식 등 6명에 찬성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이사 수 상한’보다 ‘이사회 구성’에 있다. 자문사들이 균형을 맞추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경영권에 직결되는 이사회 구성에서 영풍·MBK 측 이사 후보에 더 많은 찬성 의견을 낸 점은 이번 주총이 해당 측에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이사 수 상한이 유지되면 고려아연 측은 앞으로 추가적인 이사 선임 기회를 통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도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양측 모두 전략적인 표 계산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