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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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1천530억 들여 설치했지만... 중구 인수 거부 갈등에 흉물 방치 시범가동도 당초 계획 比 1년 지체... 주민, 수백억 보수 반대, 철거 원해 LH “철거 불가, 용역 후 보수 예정”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10년째 방치 중인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크린넷)이 수백억원대 수리비 폭탄을 맞았다. 게다가 시범 가동도 당초 계획인 올 연말보다 1년여 늦어진 내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크린넷 사용을 위해 영종하늘도시 자동크린넷 시설진단 및 보수계획수립 연구 용역을 하고 있다. LH는 용역을 통해 보수 범위와 필요한 부분을 구체화 한다.
용역 중간보고 등에서는 크린넷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수리비가 100억~15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사 이후 단 1차례도 가동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에 노후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LH는 실제 보수 공사를 하면 용역에서 산정한 것보다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LH는 크린넷의 보수 범위를 파악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의 아파트 곳곳에 있는 수거함에서 중간 집하장까지 모두 70㎞에 이르는 지하관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H는 크린넷의 가동은 당초 계획했던 올해 말보다 최소 1년여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H 관계자는 “크린넷이 많이 노후한 탓에 보수 범위를 파악하고 실제 보수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만큼 최대한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LH는 지난 2014년 영종하늘도시를 조성하면서 1천530억원을 들여 617개의 수거함과 4곳의 집하장, 지하관로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구가 크린넷 인수를 거부하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LH 등과 관리 주체를 놓고 수년 간 갈등을 빚었고 지난 2023년에서야 크린넷 인수인계에 최종 합의, 2024년 말 가동을 준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또다시 크린넷 가동이 늦춰진다는 소식에 차라리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영종하늘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30여개의 크린넷은 모두 녹슬었고, 카드를 대는 부분도 군데군데 벗겨져 내부가 훤히 보이는 등 방치 중이다. 사람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파란 천막으로 덮여 있고, 가동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기계는 낡은 채로 덩그러니 서 있는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홍인숙씨는 “10여년 전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부터 크린넷이 있었는데, 그냥 흉물일 뿐”이라며 “수백억을 들여 고치려면, 차라리 그냥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크린넷과 지하관로 등을 제거하는 비용은 수리비의 배 이상 필요해 쉽게 철거도 불가능하다”며 “우선 용역을 마치는 대로 전체적인 보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목표는 내년 하반기까지 크린넷 보수를 마치고 1년 동안 의무운전을 한 뒤 중구에 시설을 인수인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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