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정착
그래미상 4차례, 오스카 공로상 등 받아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랄로 쉬프린이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쉬프린의 홍보 대행사는 이날 고인의 사망 사실을 언론에 확인했다. 사인은 폐렴 합병증인 것으로 전해졌다.

쉬프린은 1932년 6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교향악단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그 때문에 일찌감치 클래식 음악을 눈을 뜬 쉬프린은 6세 때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웠다. 청소년기에는 재즈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던 쉬프린은 전업 음악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20세에 프랑스 파리 음악원의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났다. 1955년 그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반도네온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연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같은 해 파리에서 열린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는 아르헨티나 대표로 참여했다.
유학을 마치고 1956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쉬프린은 16인조 재즈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이 밴드는 제법 인기가 많아 텔레비전(TV) 방송에 단골로 출연했다. 1960년대 들어 미국 영화사에서 그에게 영화음악 공동 작업을 제안했다. 이에 그는 1963년 고국을 떠나 로스앤젤레스(LA)로 이사했고 1969년에는 미국 시민권도 취득했다.
1966년 CBS 방송이 TV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을 내놓자 쉬프린이 작곡한 그 테마 음악은 “전염성이 엄청나다”는 평을 들으며 단숨에 유명해졌다. 1973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20여년 뒤인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쉬프린의 원곡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약간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영화 주제가로도 계속 쓰였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까지 총 8편이 제작됐다.

쉬프린은 ‘미션 임파서블’은 물론 이소룡(브루스 리) 주연의 홍콩 액션 영화 ‘용쟁호투’(1973)의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그밖에도 영화 ‘쿨 핸드 루크’(1967), ‘여우’(1967), ‘모욕당한 자들의 항해’(1976), ‘아미티빌 호러’(1979), ‘더 스팅 2’(1983)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쉬프린이 평생에 걸쳐 남긴 작품은 영화와 TV 드라마 음악 등을 비롯해 100편이 훨씬 넘는다. 이같은 왕성한 활동으로 쉬프린은 1960년대에만 그래미상을 4차례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의 경우 1967년부터 1983년까지 6차례나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오스카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신 아카데미 측은 2018년 당시 86세이던 쉬프린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세계 3대 테너’라고 해서 플라시도 도밍고(스페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이탈리아), 호세 카레라스(스페인)가 합동 공연을 펼쳤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뮤지컬 음악은 쉬프린이 맡아 작곡했다. 이 작품은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통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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