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 내부에서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장인화 회장이 연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잇단 화재와 우려했던 노조 파업 위기가 겹치면서 그룹 안팎에 경고등이 켜졌다. 화재는 동일한 공장에서 보름 새 총 두 차례의 불길이 일었고, 노조는 전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수장인 장인화 회장의 향후 대응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11시18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큰 불길이 일었다는 접수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당시 소방 당국은 소방차 21대와 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두 시간 만에 진화를 마쳤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시설이 크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화재는 지난 10일 발생한 공장과 동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이 문제로 떠올랐다. 2주 만에 같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이례적인 만큼, 내부에서 구체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잇따르고 있다.
장인화 회장도 26일 입장문을 내고 '설비강건화TFT'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설비강건화 TFT를 즉시 발족해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는 홀딩스 임원들의 근무제가 기존 격주 4일제에서 주 5일제로 즉시 전환됐다. 장 회장은 임원들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 위기 극복 방안을 적극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장 회장은 중·장기적인 강건화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것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전날에는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위기 고조감도 높아졌다. 앞서 노조는 전날 조합원 투표를 개최하고,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72.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날 투표에는 조합원 7934명 중 7356명이 참여했으며, 반대는 1623명(20.46%)으로 집계됐다.
앞서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규모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노조는 기본급 8.3%(약 25만원) 인상 및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사측이 내민 제시안은 직전에 제시한 규모보다 소폭 상승했다. 앞서 포스코 측은 지난 9월 노조에 ▲기본급 6만3000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노사 화합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은 바로 직전(5만원) 보다 1만5000원가량 높은 수준이었으나, 노조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최근 또 한 번 상승 폭을 높인 것으로 풀이한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생산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포스코 고객사는 국내에만 1000여 개, 해외에는 2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노조는 내달 2일을 기점으로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파업 출정식을 연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은 "임금 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에 접근했으나, 조합원과 비조합원에게 혜택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놓고 회사 측과 견해차가 커서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장 회장이 취임 당시 신뢰와 화합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파업 수순까지는 밟지 않을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장 회장은 취임식 당시 "회사의 발전과 직원의 행복이라는 지향점은 노사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회사는 대의기구와 상시 소통하며 신뢰와 화합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ESG 등급 강등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 공장에서 화재가 두 차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지난해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자칫하다 사망자가 나오게 되면 ESG 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