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서 프리시즌… 로스터 진입 노려
30㎝ 이상 큰 선수들 상대로 종횡무진
亞 출신 가드로 꿈의 무대 밟을지 관심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일본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플레이는 ‘만화 야구’라 불린다.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 프로 세계에서 타자와 투수를 모두 세계 정상급으로 해내는 ‘이도류’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퍼 올린다. 특히 부상 회복 차원에서 투수는 쉬고 타자로만 경기에 나선 올 시즌엔 MLB 역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 클럽을 달성하는 새역사를 썼다.
오타니처럼 ‘상식 밖’의 또 다른 일본인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해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괴물들이 득실대는 미국 프로농구(NBA) 무대를 키 172㎝로 도전 중인 일본인 가드 가와무라 유키(23·멤피스)가 주인공이다. 183㎝의 키로 NBA를 평정했던 앨런 아이버슨(은퇴)이 남긴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10㎝가 더 작은 가와무라가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일본 농구 대표팀의 에이스인 가와무라는 지난달 미국으로 향했다. 일본 B리그인 요코하마 구단을 퇴단하고 NBA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엑시빗(Exhibit) 10’ 계약에 합의했다. ‘투-웨이’ 계약보다 낮은 레벨의 이 계약은 연봉은 최저 수준으로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는 조건이다. 가와무라는 멤피스 구단 소속으로 훈련하며 가능성을 보여야 정식 로스터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가와무라는 프리시즌 기간 NBA 구단들을 상대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자신보다 30㎝가 훌쩍 넘는 상대들과 맞서며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연습 경기서 25분을 소화하며 3점슛 3개를 포함해 10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의 에이스 자 모란트의 백업 가드로 정규 시즌에도 활약할 가능성을 엿본 순간이었다. 이미 가와무라는 국제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특히 올여름 파리 올림픽 프랑스와의 조별리그에서 29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작성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작은 키로 유럽 강호 프랑스의 내외곽을 헤집고 다니며 양 팀 중 최다 득점을 신고했다.
농구에서 신장은 절대적인 요소다. 특히 NBA엔 2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만약 아시아 출신의 단신 가드 가와무라가 NBA 진출까지 정식으로 성공한다면 일본을 넘어 아시아 스포츠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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