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뭘 얻기 위해, 테스트하기 위해 대회에 나간 적은 없어요. 매 경기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화려했던 시간과 멀어져 있다. 몇 번의 재기를 위한 몸부림도 실패했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 복귀를 노리는 정현(478위)이 테니스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변함이 없다.
정현은 지난 13일 부산 스포원 테니스 경기장에서 개막한 남자프로테니스(ATP) 비트로 부산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20만달러)에 와일드카드로 기회를 얻어 출전했다. 정현의 국내 대회 출전은 지난해 10월 ATP 시슬리 서울오픈 챌린저 이후 처음이다.
지난 14일 예정됐던 에밀 루수부오리(핀란드)와 단식 1회전이 비로 순연된 뒤 만난 정현은 “서울챌린저 이후 첫 국내대회 출전인데,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부산에서는 좋은 기억도 많다. 많이 응원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현은 2015년 이 대회 챔피언으로 이번이 대회 8번째 출전이다.
정현은 2017년 넥젠파이널스에서 우승했고, 2018년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이변을 쓰며 4강 진출하는 등 한국 테니스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후 발, 발목, 허리 등 부상이 끊이지 않으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몇 번의 복귀 시도도 부상 재발로 무산되며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러는 사이 1996년생인 정현도 20대 후반이 됐다.
정현은 지난해 시즌 하반기 다시 코트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하며 기대감을 높인다. 오랜만에 국내팬들 앞에 선 정현은 ‘살이 조금 빠져 보인다’는 말에 “실제로 살은 빠지지 않았는데 주변에서도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신다. (체중이나 운동법이)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이 우승한 ITF 대회는 하위 레벨 대회였지만 기량을 체크하는 동시에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정현은 “지난해(후반)부터 투어 복귀를 위해 여러 대회 출전하고 있다”며 “(ITF대회는)비록 낮은 등급의 대회였지만 10년 전 어릴 때 뛰던 무대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뛰면서 경기 감각을 계속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복귀 시도가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는 몸이 가장 좋다”며 “이전에는 복귀하고 몇 경기만에 다시 재활을 했지만 이번에는 몇 주 연속으로, 몇 경기를 계속 뛰면서 피지컬적으로 자신감이 올라왔다. 경기 감각은 계속 경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레벨이 높은 ATP 챌린저 대회다. 챌린저급 대회 출전 역시 서울오픈 이후로 처음이다. 당시 정현은 단식 1회전에서 정윤성을 꺾었지만, 2회전에서 리 투(호주)에게 져 탈락했다. 단식 1회전 상대 루수부오리는 한때 세계랭킹 37위까지 찍은 쉽지 않은 상대다. 정현은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뭔가를 얻기 위해, 나를 테스트하기 위해 대회에 나간 적은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챌린저 레벨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기를 꿈꾸는 정현의 도전은 계속된다. “테니스를 대하는 자세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처음부터 다시 한 단계씩 밟아가려 한다”는 정현은 부산오픈 이후 14일부터 개막하는 광주오픈 챌린저까지 출전 일정이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