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뒤면 벌써 2년 차를 바라보는 봉직의로서 현재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술식을 꼽으라면 단연 근관치료가 압도적인 것 같다. 환자의 치아를 치료할 땐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에, 학부 시절 수도 없이 반복했던 근관치료와 관련한 이론과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진료가 끝나면 혼자 남아 발거치를 열심히 치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뒤에야 약간의 자신감과 대표원장님의 응원을 등에 업고 직접 환자의 치아를 맡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근치 증례로 감을 익혀가며 자신감이 점점 붙었지만, 문제는 다근치였다. 천공, 기구파절, 과충전 등과 같은 실수는 다행히 한 번도 없었지만, 다근치 근관치료는 매번 치료할 때마다 변수가 참 많은 것 같다. 사실상 근관치료가 계획된 치아다 보니 치관이 멀쩡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에, 교과서에서 언급되어 있는 ‘삼각형’ 또는 ‘직사각형’ 모양의 친절한 접근와동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보다는 결손된 치질의 원래 부피를 상상하며 근관으로 접근해야 하다 보니 임상적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근관치료의 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으로 다가왔다.
특히 제일 난감한 경우는 석회화가 심하게 일어난 다근치의 근관치료인데, 접근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근관을 찾겠답시고 치질을 삭제하다 보면 자칫 천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술자의 입장에선 참 고민이 드는 지점인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천공 또는 기구 파절의 상황을 피해 석회화된 근관을 찾아내면 다행이지만, 찾지 못하고 체어타임만 과하게 길어지면 환자나 보조자는 꽤나 힘들어하기에 석회화된 다근치 근관치료를 진행함에 있어서 매 순간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지만 아직은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대표원장님께서 하시는 치료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 상황에서 막힘없이 빠르게 판단하여 치료로 이어지는지 놀랄 때가 많다. 임상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나로서는 빠른 판단은 고사하고 내가 내린 판단이 치아의 예후에 있어서 예지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종종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다행히도 매 증례마다 스스로 고민했던 지점과 모든 치료 과정을 대표원장님께서 꼼꼼히 들여다보고 피드백해 주시는 덕분에 그 간극은 빠르게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것 같다.
지난주에 임플란트 상담과 관련하여 환자분이 내원하셨다. 4개월 전 직접 구치부 근관치료를 시행했던 분이었는데, 진단을 위해 CBCT와 파노라마 촬영을 하였지만 내 관심사는 오로지 내가 치료한 치아의 상태뿐이었다. 근관치료가 끝날 당시에 대표원장님께서도 잘 마무리했다고 해주셨고, 술식 과정에서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행했던 치료의 예후를 직접 추적 관찰해본 임상적 경험이 없다 보니, 치료가 끝났음에도 마음속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나 다행히도 파노라마 상에서 치근단 부위의 염증이 많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마음속에 얹어둔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근관치료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임상적 상황에도 늘 선택이 뒤따르고, 그 선택을 내리는 주체는 올바른 술기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판단의 순간마다 머뭇거릴 때가 많지만, 매 술식마다 완벽을 추구하며 경험을 꾸준히 쌓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임상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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