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선택

2025-05-26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려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대형 광고판을 보게 되는데, 몇 년 전부터 이 광고판들은 AI 광고로 도배가 되어있다. 일레븐랩스처럼 AI 기업의 광고는 물론이고, 세일즈포스처럼 기업용 솔루션 업체의 AI 서비스 광고까지, 온통 AI 얘기밖에 없다. 그 열기는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챗GPT로 AI 경쟁의 선두에 있는 오픈AI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모두가 AI를 하겠다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챗봇을 가진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당장 구글만 해도 이번 I/O 행사에서 자사의 제미나이 AI를 구글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상황을 1990년대 최고의 인기 웹브라우저였던 넷스케이프에 비유하기도 한다. 넷스케이프는 성능이 뛰어났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한 PC 생태계에서 웹브라우저만으로 살아남기는 힘들었다.

오픈AI가 피하려는 것이 바로 넷스케이프의 운명이다. 하나의 뛰어난 서비스만을 가진 기업은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생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오픈AI가 받은 천문학적 투자액은 투자자들이 아주 큰 그림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기 챗봇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걸로 구글, 아마존, 메타와 경쟁하라는 것.

지난주 오픈AI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AI 기기 개발 스타트업 아이오(io)를 우리 돈 9조원에 가까운 가격에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이 없이 폰이나 웹브라우저와 같은 다른 기업의 플랫폼에 올라타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기자는 “오픈AI의 목표는 넷스케이프가 아니라, 구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색 엔진이라는 하나의 인기 서비스로 출발해서 거대 플랫폼이 된 좋은 예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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