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29만명 차질…항로변경에 유럽 공항에 혼란 확산경찰 "불 난 변전소 위치와 중대 국가 인프라 영향 고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인근 변전소 화재에 따른 정전으로 21일(현지시간) 폐쇄된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이 이번 주말 내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히스로 공항은 이날 오후 11시 59분까지 공항을 폐쇄한다고 공지하면서 이후 며칠간 '상당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주요 외신과 영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항공 정보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날 히스로 공항에서 항공편 최소 1천351편, 승객 29만1천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유럽 내 공항의 이같은 대규모 혼란은 2010년 아일랜드 화산재로 10만편이 운항에 차질이 빚어진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항공업계가 수천만 파운드(수백억원)의 재정적 타격도 입을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공항 폐쇄가 발표됐을 때 이미 이륙한 상당수의 런던행 항공편은 경로를 변경하거나 회항했다.
태국 방콕발 한 항공편은 벨기에 브뤼셀로 경로를 틀었고, 미국 뉴욕발 여러 항공편은 아이슬란드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행 등으로 변경되거나 뉴욕으로 회항했다.
민간항공청(CAA)에 따르면 히스로 공항 터미널 이용객 수는 지난해 8천385만7천명이었다.
국제선 승객은 하루 23만명으로 두바이 공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쁜 공항이다.

이날 히스로공항을 이용하려던 많은 승객이 발이 묶이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항로가 대거 변경되고 대체 교통편을 찾는 승객이 개트윅 공항 등 인근 공항으로 몰리면서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발 여객기를 타고 온 프랑스인 4명은 AFP 통신에 니스로 가기 위해 히스로 공항에서 환승할 예정이었으나 개트윅에서 내린 뒤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리아 씨는 심장수술이 예정된 어머니를 보기 위해 오전 그리스 아테네행 항공편을 타야 했지만, 히스로 폐쇄로 황급히 개트윅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항공권을 가까스로 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히스로 공항 인근 호텔 숙박료도 평소의 5배 가격으로 치솟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관계 당국은 공항 정전을 일으킨 인근 변전소의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전력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런던 서부 헤이스에 있는 노스 하이드 변전소에서 냉각 오일이 다량 든 변압기에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했으며 경찰은 대테러 수사 인력을 투입했다.
런던경찰청 대변인은 "런던소방청과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부정행위(foul play)의 징후가 없으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전소의 위치와 사건이 중대 국가 인프라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경찰청의 대테러수사본부가 현재 조사를 이끌고 있다"며 "이는 원인을 파악하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는 본부의 전문적인 자원과 역량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탄소중립 장관도 이날 오전 BBC 등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부정행위의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조너선 스미스 런던소방청 부청장은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는 않은 상태라면서 "화재는 냉각 오일 2만5천L가 든 변압기에 불이 붙은 것과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부청장은 "런던경찰청이 소방청의 협조 속에 화인을 조사 중"이라며 전력공급업체 내셔널 그리드와 협력해 화재 현장을 평가하고 전력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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