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뒷걸음, 밖으론 보폭 넓힌 북한의 2025년

2025-12-17

북한 5대 뉴스

광복 80년을 맞은 올해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북 전단·방송 중단 등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북 유화조치를 취했지만 북한은 뿌리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 대통령을 “역사를 바꿀 위인이 못된다”며 공세를 폈다.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통해 긴장을 고조하는 분위기다. 본사 통일문화연구소가 올해 북한 5대 뉴스를 선정했다.

한국 정부 유화정책 걷어찬 북한

중·러 등 상대 공세적 외교 나서

북·미 정상 회동엔 여전히 미련

우크라 전쟁 희생자엔 눈물도

1. 김정은, 다자 무대 등장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망루에 올랐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0여 개국 정상들과 함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집권 후 첫 다자 무대 등장이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은 1955년 민족 자결과 제3세계의 결속을 다진 반둥 회의를 비롯해 비동맹 운동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김일성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 알리 아르함 사회과학원에서 한 연설에서 ‘주체’라는 표현을 강조한 뒤 다자무대에서 사라졌다. 최고지도자를 신(神)적 존재로 여기는 체제를 만들며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정일(2011년 사망) 국방위원장 시대도 그랬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정상회담에 내세우려 할 정도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딸과 함께 20시간 넘게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다른 국가의 지도자와 나란히 섰다. 그는 방중 기간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도 했다. 이례적인 그의 다자 무대 등장이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시급함 때문이었는지, 공세적 외교의 일환인지 확실치 않지만 눈길을 끄는 행보였다.

2. 당 창건 80년, 야밤 열병식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밤 10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진행했다. 북한은 당 대회 등 주요 행사 때 열병식을 하고, 군사력을 과시했다. 올해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 친북 국가들 정상급 인사들도 초청했다. 규모 면에선 최근 몇 년간 진행했던 열병식 수준이었지만, 신형 전력을 대거 공개한 게 특징이다.

다(多)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20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순항미사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천마-20 전차, 자주포, 자폭형 드론 발사차 등 신형 무기로 위협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러시아 파병 부대와 길리수트(위장복)로 무장한 저격수 종대 등을 동원했다. 핵과 미사일에 이어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를 통한 군사력 증강과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중 군사 협력을 시위한 것이다. 북한이 최근 주장하는 적대적 2국가론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동부 전선 최전방 부대인 1군단을 소개하며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대치한다”며 적대적 분위기도 이어갔다.

3. 트럼프의 러브콜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방한에 앞서 김 위원장과 회동을 공개 제안하며 북·미 정상회동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9년 6월 29일 아침 일본에서 “내일 판문점에 간다. 시간이 되면 만나자”라고 트위터에 썼고, 김 위원장이 판문점을 찾아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기내 간담회 등 언론을 통해 회동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아이패드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외신을 접하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그의 반복된 제안에도 북한이 응답하지 않자 트럼프는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라거나 “나에게 대북제재 카드가 있다”는 식으로 김 위원장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최근 미국의 비핵화 철회, 즉 핵 인정을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했고, 2019년 2월 하노이 회동 때 대북 제재 해제를 간절히 원했던 김 위원장의 입장을 고려한 러브콜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방한 기간 북·미 회동은 불발됐다. 북한은 외교 컨트롤타워인 최선희 외무상의 예정된 러시아 출장 조정을 고민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배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관리의 성향을 분석하는 등 막판까지 고심했다.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의 미련을 놓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새해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이 있다.

4. 공병부대까지 러 파병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8월 22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다 전사한 북한군 병사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상 속의 김정은은 추모의 벽에 걸린 101명의 전사자 사진에 헌화하고, 전사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사자 발생에 대해 “속죄한다”는 표현도 썼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병한 지 10개월여 만에 이를 공식 확인한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러시아에 파병했던 제528 공병 연대의 환영식 연설에서 8월 초에 출병해 3개월간 현지에서 활동했다거나 9명이 전사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이 부대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기존의 특정 부대가 아닌 러시아 파병을 위해 부대를 별도로 창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4년 가까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는 자국의 병력 동원에 어려움을 겪자 북한에 손을 내밀었고, 북한군 1명당 한 달에 2000달러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개성 공단 근로자가 받았던 임금의 16배에 달하는 액수다. 북한은 파병을 통해 자신들의 무기를 시험하고, 병력의 실전 경험이라는 값진 소득까지 올렸다는 평가다.

5. 외교 원로 김영남 사망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때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방한했던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3일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으로 사망했다. 김영남은 노동당 국제부와 내각(외무성)에서 활동한 외교관 출신이다. 김일성 집권 시기부터 북한 최고지도자 3대에 걸쳐 외교 요직을 두루 거친 북한 외교의 산증인이다. 김 위원장은 사망 직후 조문하고, 신미리 애국열사릉에서 진행된 영결식을 직접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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