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일본 홋카이도 최서단의 세타나정(町)은 풍차 마을로 유명하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덕분이다. 특히 2004년 설치된 일본 최초의 해상풍력발전기 ‘가자미도리(風海鳥)’ 2기는 마을의 오랜 자랑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파손과 설비 고장으로 멈춰 선 날이 잦았다. 결국 내년 철거를 결정했다.
건설비는 6억9000만 엔(약 65억원), 전력을 비싸게 팔아 유지비를 차감해도 흑자는 4300만 엔에 그친다. 문제는 4억 엔으로 예상되는 철거비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마을 측은 “육상보다 건설비도, 철거비도 더 많이 든다”며 국고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2 “전력 판매가를 2배로 올려도 투자비 회수는 불가능하다.” 지난 8월 말 미쓰비시상사가 초대형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며 밝힌 변이다. 미쓰비시상사는 주부전력과 함께 지바현·아키타현 주변 3개 해역에서 총 1.76GW 규모의 발전기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년 낙찰 당시보다 급등한 자재비·인건비 등을 최근 재평가한 결과 건설비가 초기 예상보다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손실만 524억 엔(약 4921억원), 200억 엔의 보증금도 포기했다. 일본 정부는 충격에 빠졌다. 미쓰비시의 결단을 따라 다른 해상풍력 사업에서도 연쇄 철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대만이다. 지난 5월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비용 상승에 두 가지 고육책을 꺼냈다. 우선 대만 내에서만 핵심 장비를 조달하도록 한 조항을 폐지할 방침이다. 당연히 외국산 비중이 올라갈 일이다. 또 사업자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 전력 판매가를 보장해줄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는 건 불문가지다.
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훨씬 저렴한 원전의 재가동을 원한다. 지난 8월 국민투표에선 74%가 재가동에 찬성했다. 다만 가결 요건(유권자의 25%)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을 뿐. 그럼에도 대만 정부는 친재생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대만을 닮았다. 이름만 봐도 상충하는 성격의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하고, 대선 공약과 달리 친재생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원전 신설은 “현실성이 없다”고 강변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 중국의 대만 봉쇄 시나리오를 토대로 “에너지는 대만이 버티는 데 가장 취약한 요소”라며 탈원전 포기를 권했다. 한국 정부도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