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등 내수 산업 침몰 막기 위한 적극적 대책 절실

2024-09-18

사라진 수출 낙수 효과와 내수 침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7월 수출출하 지수는 7.3% 상승했지만, 내수출하 지수와 소매판매액 지수는 각각 2.1%와 2.3% 하락했다. 그러면 수출이 1년 가까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왜 내수는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어디로 갔는가. 내수는 언제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인가.

수출이 내수에 낙수효과를 미치기 위한 필요조건은 우선 큰 폭으로 증가하는 수출이다. 올해 8개월간 수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으나, 2022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4.5% 감소한 규모다. 한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9.6% 증가했으나, 2022년 동기대비로는 3.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에 그쳤으며, 2022년 동기 대비로는 4.7% 감소했다. 즉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증가세는 아직 내수에 낙수효과를 미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수에 대한 수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반도체 수출의 증가세로 인한 착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1년 전보다 9.2% 증가한 수출

반도체 증가세 따른 착시 효과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 등으로

소비 지출 감소해 내수 침체로

수출과 내수 업종 산업 양극화

자영업자 침체 장기화할 수도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중심으로 생산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생산 유발 효과가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산업별로 수출액이 국내 생산을 유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유발 배수에 있어 자동차는 2.5배인 반면에 반도체는 1.4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총수출의 경우 1.9배).

한편 지난 7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제조업 생산에 공급되는 중간재에서 국산은 3.6% 감소한 반면 수입은 7.1% 증가했으며, 수입 점유 비율은 3.7%포인트 상승해 수출 증가에도 국내 중간재 공급은 오히려 감소하고, 반대로 수입 중간재 공급은 급증했다. 즉 제조업의 중간재에서는 수출의 내수 낙수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국내 공급이 감소했다.

실질임금 감소로 민간 소비 위축

수출과 내수의 움직임은 총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항목별 기여도로 집계된다. 내수에 대한 수출의 낙수효과가 작용했다면, GDP에 대한 지출 항목별 기여도에 있어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시차를 두고 내수의 성장 기여도를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2022년에서 2023년 1분기 사이에는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높아지는 반면에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 한편 2023년 2분기부터 2024년 2분기 사이에는 정반대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크게 높아지는 반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큰 폭으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즉 2021년 3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12분기 동안 내수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어 낙수효과는 없었다.

2022년 GDP 성장률 2.7%는 전적으로 내수의 기여로 이뤄졌으며,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이었다. 그러나 내수 성장 기여도는 2023년 1분기 5.0%포인트에서 2분기 1.9%포인트로 큰 폭으로 하락해 침체로 전환하고, 더구나 3분기부터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같은 내수 침체에는 물가 상승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우선 2022년 2분기 식료품 가격 지수는 5.7% 상승했으며,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 실질임금이 2022년 4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한편 2023년 3월부터 가계 대출 금리(잔액)가 5%대에 진입했다. 이처럼 물가 압력과 실질임금 감소에 금리 부담까지 가해지자 소비자는 소비 지출을 줄이기 시작해 2023년 2분기부터 소매 판매액 지수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GDP 성장률에 대한 민간 소비 지출의 성장 기여도 역시 2023년 2분기부터 크게 저하해 2024년 2분기까지 1%에 미달하는 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정리해 보면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저하 및 금리 부담의 가중이 내수 침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뺀 제조업 생산 수준 감소

한국 경제는 현재 ‘Korea’의 ‘K’자의 위와 아래 획이 갈라지는 산업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K팝·K푸드 등은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반면, 내수 시장의 전통적인 소매업종과 음식점업·주점 등 대부분의 자영업종은 갈수록 침체가 심각해지는 구조적인 산업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5년 전인 2019년 7월 대비 2024년 7월 반도체 및 부품의 생산 수준은 39% 증가했지만 제조업 전체 생산수준은 1.3% 감소했으며, 대부분의 자영업종은 20~30%대 감소했다.

이것은 자영업 침체가 당면한 내수 침체보다 훨씬 앞서 진행돼 온 구조적인 양상임을 시사한다. 2018년에서 2023년간 정보통신 산업은 연평균 6.7% 성장해 GDP 성장률 2.1%를 주도했으나, 정보통신 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그쳐 우리나라 산업의 양극화 양상은 이미 장기적인 추세로 진행돼왔다.

증시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전환하고,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후퇴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도 내년에 침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럴 경우 내수는 제대로 회복하지도 못하고 침체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경기 호전, 자영업 위기 해결책 아냐

이러한 내수 침체의 장기화는 자영업 침체의 장기화로 직결되며, 자영업 문제는 성장과 경기의 차원을 넘어서 민생 문제이자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문제로서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자영업자 종사자 수는 575만 명으로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성격상 고용 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현상은 1인 자영업의 상태가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영업자 위기는 경기적 요인과 산업 양극화의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경기 호전으로 자영업 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정책 실패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1056조원으로 전 금융기관 대출 총액의 29.4%에 해당하며, 자영업자 대출 중 3개 금융기관 이상에서 차입한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전 금융기관 대출 총액의 21%에 달한다. 한편 지난 5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1%로 2014년 11월 0.72% 이래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4.2%에 이르렀다. 흔히 가계부채 누적의 심각성을 거론하지만, 진정 주목해야 할 금융 건전성 위험은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에 있다.

한국은행은 민간 소비가 물가 안정과 더불어 완만한 개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식품류 물가 지수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7.3%에서 지난 8월 2.0%로 현저하게 안정됐고, 이에 따라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도 같은 기간 3.1%에서 2.0%로 안정됐다.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내수 침체 과정의 반대순서의 충격이 필요하다. 즉 물가가 안정된 만큼 다음 순서는 금리가 인하돼야 한다. 물가 안정으로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로 금리 부담이 줄어들면, 국민의 소비 여력이 증대함으로써 어느 정도 내수 호전이 촉진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더 이상 미루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집값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한은은 금리를 내려 내수를 진작할 시점이 됐다.

자영업 붕괴 이대로 방치할 건가

이처럼 수출의 낙수효과가 없어도 내수가 어느 정도는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순환적인 침체와 더불어 산업 양극화에 의한 구조적 침체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큰 폭의 내수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년간 기업 투자촉진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80조원의 감세 효과가 추정되는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자영업 등 사양 산업의 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종합 대책을 제시한 바 없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강화와 국내 공급 감소 등으로 기업의 국내 생산과 소득 유발 효과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감세가 얼마나 국내 생산과 소득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제시한 바 없다.

있지도 않은 수출의 낙수효과를 고대하는 동안 자영업 등 내수 산업의 기반은 침몰해 가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산업 정책은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반면, 전통 내수산업의 기반 침하를 외면함으로써 산업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촉진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자영업 붕괴에 대한 적극적 정책이 없다면, 이것은 곧 최소한 국민 5분의 1의 경제적 기반 붕괴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내수 침체와 산업 양극화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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