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깨지자 로켓랩 폭등, 이유는

2025-06-09

NASA·국방부 스페이스X 대안 모색

'마지막 개척지' 우주, 경제 가치 급팽창

로켓랩 '입질' 이유는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CEO)의 '브로맨스'가 깨진 가운데 미국 우주 기업 로켓랩(RKLB)의 주가가 9% 이상 폭등해 관심을 끈다.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로켓랩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스페이스X를 대체할 기업을 지원하고 나섰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월가가 더욱 술렁이는 모양새다.

◆ 스페이스X 대안 찾아라 = WP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이스X 계약 취소를 위협한 데 대해 머스크가 드래곤 우주선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맞불을 놓는 등 갈등이 고조되자 NASA와 국방부 관리들이 다급하게 스페이스X 경쟁 업체들에게 로켓과 우주선 개발에 속도를 내 줄 것을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드래곤 우주선 운영을 실제로 중단할 경우 NASA는 우주정거장으로 비행사들을 보낼 수 없게 된다. 그의 발언에 미 정부 관리들이 경악한 것은 이 때문이다.

머스크가 이 같은 협박을 철회했지만 스페이스X에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맡기는 NASA는 물론이고 위성 발사를 업체에 의존하는 국방부 관리까지 크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 백억 달러의 정부 계약을 수주한 스페이스X는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비행사와 화물을 운송하고, 국방부의 수주를 받아 위성을 발사하며, 정보 기관이 사용하는 위성도 개발한다. 경쟁 업체들이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스페이스X가 사실상 독점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NASA의 한 관계자는 WP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TV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스페이스X에 크게 의존한 데 따른 위험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충돌한 이후 로켓랩과 스토크 스페이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최소한 3개 우주 기업들이 정부 측으로부터 로켓 개발 현황과 정부 임무 투입 가능 시기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의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보잉의 스타라이너 우주 캡슐 현황을 점검했고, 한편에서는 머스크의 드래곤 운영 중단 발언에 스타라이너의 비행 재개 시점을 타진했다.

NASA는 스페이스X 드래곤 캡슐과 함께 스타라이너를 이용해 비행사들을 우주정거장으로 수송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스타라이너는 수 년간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난 여름 첫 유인우주비행 임무 중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NASA는 보잉으로 승무원을 귀환 시킬 경우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몇 달 동안 스타라이너의 현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NASA는 6월6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시스템 인증과 스타라이너의 기술적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2026년 초 우주정거장으로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는 캡슐에 화물만 실을 것인지 아니면 우주비행사를 태울 것인 것 검토 중이다.

WP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와 우주 프로젝트가 머스크의 변덕에 인질로 전락할 수는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NASA 뿐 아니라 미 국방부 역시 공급 업체 다변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법적 그리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머스크의 위협이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지만 차제에 NASA 및 국방부와 민간의 협력 관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번지는 상황.

6월6일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로켓랩 주가가 9.34% 폭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업체의 주가는 28.92달러에 거래를 종료, 52주 최고치인 33.34달러와 거리를 좁혔다.

◆ 고성장 우주 산업 유망주 = 월가에서 우주 산업은 마지막 개척지로 통하며, 최근 들어 급성장하는 경제 영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세계 정부와 민간 파트너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뛰어들면서 우주 경제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치는 2035년까지 연간 약 1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거대한 기회다. 향후 10년간 외형 성장 측면에서 인공지능(AI)과 맞먹는 유일한 분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우주 시장을 지배하며 실제로 비즈니스를 구축한 기업은 스페이스X다. 업체가 비상장 기업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브로맨스가 깨진 데 따른 후폭풍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대안을 찾는 데 혈안인데 유망주로 꼽히는 업체 중 하나가 로켓랩이다.

지난 2006년 창사한 업체는 소형 일렉트론 로켓으로 우주 경제 시대의 첫 여정을 시작했고, 이제 다양한 우주 경제 부문을 확장하는 한편 수직 통합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지오스트(Geost)를 2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오스트는 위성용 광학 및 적외선 역량을 개발해 미 정부의 국가 보안 위성 판매를 주력 비즈니스로 한다. 로켓랩은 미 정부가 탑재물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이용되는데 이제 탑재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업체는 발사 및 우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수직 통합하는 움직임이다. 스페이스X가 유일한 수직 통합 업체로 꼽히는 가운데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제공하는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켓랩은 우주에서 운영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에게 태양 에너지와 무선 시스템,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업체의 수준 잔량은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업체가 이미 개발에 성공한 소형 로켓 일렉트론(Electron)은 소형 위성이나 탑재물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미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이어 업체가 개발중인 대형 로켓 뉴트론(Neutron)은 일렉트론보다 더 많은 탑재물을 실을 수 있는데 2026년 첫 발사가 예정돼 있다. 성공을 거둘 경우 일렉트론보다 더 큰 매출과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부와 계약이 로켓랩 사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군 임무와 HASTE라는 극초음속 테스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뉴트론 로켓으로 국가안보우주발사(NSSL) 프로그램에 추가됐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미국 정부와 관계 증진이 로켓랩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국가 안보의 차세대 개척지로 우주 솔루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것.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제안은 3년에 걸쳐 약 175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투자자들은 로켓랩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하청 계약을 따낼 주요 후보로 기대를 모은다.

뉴트론이 본격 가동되고 로켓랩이 우주 경제에서 역량을 높이면 수주 잔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기존의 수주 잔량 가운데 절반 가량은 향후 12개월 이내에 매출로 잡히고, 나머지 절반은 이후 기간에 반영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업체가 수주 잔량을 더 늘리고 정부 및 민간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계약을 따내야 하는데 최근 '브로맨스'의 붕괴가 커다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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