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 속에서 9월 고용 통계 발표가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재임하는 대도시에 대한 예산을 줄이면서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 작업에 돌입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셧다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9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고용보고서는 물가지수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결정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비표다. 연준은 지난달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도 7~8월 고용 통계 악화를 근거로 9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신 민주당과 관련된 예산 삭감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21억 달러(약 3조 원) 규모 시카고 기반시설 사업, 특히 (전철) 레드 라인 연장과 레드·퍼플 라인 현대화 프로젝트를 인종 기반 계약을 통한 자금 유입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보류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보트 국장과 회의를 한다고 소개하며 “대부분 정치 사기에 불과한 여러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것을 삭감하고 그것이 일시적일지 영구적일지 판단하기 위한 권고를 듣는다”고 밝혔다.
시카고는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이자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 이은 미국의 세번째 대도시다. 시카고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현재 일리노이 주지사와 시카고 시장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백악관이 민주당이 운영하는 주(州)나 시(市)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보트 국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승리한 16개 주에 대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80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의 집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뉴욕의 180억 달러(약 25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기반시설 건설 예산 자금도 동결했다. 뉴욕시는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력 투입 대상으로 지목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대해 “잠재적으로 삭감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오리건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고 포틀랜드 시장도 민주당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레빗 대변인은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현재 내각 장관·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해고와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분야를 파악하고 있다”며 “정부를 계속 운영하기 위한 ‘클린 임시예산안(CR)’에 찬성해달라는 것이 이 행정부와 대통령이 요구하는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셧다운 기간 정부가 공무원을 해고하려는 이유에 관해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미국 납세자에게 옳은 일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해고를 원하지 않고 이곳(백악관)의 누구도 그런 일에 재미를 느끼지 않지만 정부는 가끔 힘든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올해 종료되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내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 연방정부 예산안을 처리 시한인 지난달 30일까지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후 이달 1일부터 연방정부는 7년 만의 셧다운에 돌입했다. 양측의 정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7주짜리 공화당의 임시예산안도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상원에서 연달아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