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는 베네딕토 16세(2005∼2013년 재위)다. 그 전임자는 1980년대 한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던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년 재위)다. 이는 앞서 ‘베네딕토’나 ‘요한 바오로’라는 교황명을 사용한 교황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프란치스코는 숫자 없이 그냥 ‘프란치스코’일 뿐이다. 교황명으로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 쓰였다는 의미다. 훗날 만약에 프란치스코 2세 교황이 탄생한다면 2013년 3월부터 2025년 4월까지 12년 좀 넘게 재위한 교황은 ‘프란치스코 1세’로 기록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자신의 교황명을 전에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프란치스코’로 정했을까. 이는 가톨릭의 성인으로 통하는 성 프란치스코(1181∼1226)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 아시시(Assisi)에서 태어나 흔히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로 불린다. ‘작은형제회’라는 수도회를 세우고 평생에 걸쳐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가난의 사람, 평화의 사람, 피조물을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자를 잊지 않는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기리겠다”며 자신의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라고 지었다.
과거 추기경 시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을 맡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관용차로 지급된 고급 승용차를 마다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에게는 매월 2500유로(약 405만원)의 급여가 주어지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과 동시에 “월급을 받지 않겠다”며 이마저 거부했다. 호화로운 궁전 대신 교황청 소속 성직자 및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에 머물며 다른 투숙객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유산은 100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최신 환율로 계산하는 경우 우리 돈 약 14만3000원에 해당한다.

돈 이야기가 나오니 지난 2021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제5공화국 시절 대기업 등으로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이른바 ‘통치 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혐의로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5년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나 1997년 YS의 특별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다만 특사에도 불구하고 추징금 2205억원은 납부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2003년 6월 검찰이 미납 추징금 회수에 나서자 그는 법원에 낸 서류에서 ‘가진 돈이 고작 29만원뿐’이란 취지로 항변했다. 아직도 867억원이 미납 상태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저승에서도 행여 숨겨둔 재산이 들통날까봐 고심초사할 지 모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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