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울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조선기업으로 탄생됐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세계 조선·방산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 ‘거함(巨艦)’의 출범이라 할 만하다.
이번 합병은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본격화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맞물리며, 글로벌 조선·방산 패권 경쟁에 대응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마스가는 미국의 신조선소 건설, 함정 신조 및 정비(MRO), 인력 양성, 공급망 재편 등을 포함한 초대형 협력 프로젝트다. 전체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가운데 무려 1,500억 달러가 여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HD현대의 이번 합병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더욱 크다.
방산 분야에서의 시너지는 단연 눈에 띈다.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가진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에, HD현대미포의 생산 도크와 효율성이 더해지면 연간 매출 10조원이라는 목표도 가능할 수 있다.
나아가 쇄빙선과 같은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양사의 실적을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기술과 경험의 융합이 빚어내는 새로운 경쟁 우위라 할 수 있다.
상선 부문 역시 기대가 크다. 중국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밀려난 벌크선·탱커 등 일반 상선 시장에서, 해외 생산 거점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잃었던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싱가포르에 설립되는 해외사업 총괄 투자법인은 베트남·필리핀 등 글로벌 생산 허브를 아우르며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물론 합병이 성공적인 항해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기술과 생산 그리고 시장 전략이 긴밀히 융합하는 계기가 된다면, K-조선과 K-방산의 위상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HD거함의 출범은 울산을 비롯한 한국 조선·방산 산업 전체가 새로운 항로에 오르는 신호탄이다.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 거대한 배가 세계의 바다에서 위대한 항해의 닻을 당당히 지켜세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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