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30년 새차 절반 전기·수소차로… "中에 안방 내줄 수도"

2025-10-22

2030년부터 국내 자동차 판매사들은 전체 판매 차량의 절반을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2028년부터 한 대당 300만 원의 기여금(부담금)이 부과된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 시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치”라며 “자칫 중국 전기차 기업에 국내 시장을 열어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중장기(2026~2030년)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는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각 자동차 회사들에 적용하는 규제로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매년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채워야 한다. 올해 기준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는 연간 판매량의 26%(무공해차 22% 포함)였다.

정부는 이 목표를 무공해차 중심으로 개편하고 목표 비율을 내년 28%, 2028년 36%, 2030년 50% 등으로 대폭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목표 미달성 시 벌금도 강화된다. 현재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자동차 판매사들에 부과되는 기여금은 한 대당 150만 원인데 이를 2028년부터 300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로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 대를 보급해야 하는 NDC를 달성할 수 없어 보급 목표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후부는 당초 2025년 무공해차 기준을 2030년까지 적용하는 현행 유지안과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50%로 하되 그중 무공해차 목표치는 45%로 완화하는 개편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50%로 설정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안을 최종 채택했다.

문제는 이 경우 자동차 회사들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주력 차종이 내연차인 중견 제조사들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목표 비율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 정부가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는 주요 자동차 업체 9개사의 2026~2030년 자동차 판매량을 예측한 결과 2개사는 정부의 중장기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향후 5년간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납부해야 할 기여금(부담금) 규모는 A사 약 2121억 원, B사 약 1915억 원 등 총 403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의 경우 25%의 품목관세에 더해 기여금 부담까지 가중되는 만큼 국내에 입지할 유인이 감소할 가능성도 크다.

자칫 중국 전기차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당 300만 원의 부담금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가 덤핑 공세에 나설 경우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EU)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라는 목표를 내건 바 있으나 최근에는 독일이 입장을 바꿔 수용 불가 메시지를 내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는 이미 미국의 25% 품목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행 25%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은 8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관세율 15%가 적용되고 있는 도요타(6조 2000억 원), 폭스바겐(4조 6000억 원)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1%,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은 이미 관세 부담으로 인해 1조 60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생산 라인 전환에 실패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대거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무공해차 사업 전환율은 19.9%로 1만 여 곳에 달하는 국내 부품 기업 중 45.2%는 여전히 엔진, 변속기, 연료, 배기계 등 내연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기업 종사자 규모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명)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정부의 목표치를 맞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산 대신 중국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비도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빠르게 목표치를 높이면 중소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 대, 수소차 88만 대 등 총 450만 대의 무공해차를 도입해야 하는 2030 NDC를 고려하면 이 같은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무공해차 등록 비중은 89만 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기후부는 업계 전체로 보면 기여금 부담이 0에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목표를 초과한 타사에게 기여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실적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초과 업체들은 추가 이윤을 얻게 되니 업계 전체적으로는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2027년까지 1대 당 150만 원, 2028년부터 300만 원인 기업별 기여금이 개별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내연차 퇴출,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국제 동향을 고려할 때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무공해차 보급 목표 실적으로 일부 인정해준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도 840만~980만 대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980만 대를 기준으로 보면 이는 2034년부터 내연차 신차 판매를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태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NDC까지 이대로 시행된다는 소식에 업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해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전체 등록 비중의 20% 내외인 550만~650만 대 수준으로 하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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