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길에서 오늘의 길을 다시 묻다
우리는 2025년‘왕의 길’ 12회 탐방을 마친 지금, 조선이 남긴 역사적 공간과 그 안에 응축된 시대정신을 따라 걸으며 한 나라의 흥망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무엇으로 지탱되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를 향해 걸어가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의 삶을 새롭게 정립하는 행위임을 확인했다.
이에 우리는 탐방의 전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우리 시대의 책임과 실천의 언어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고려의 몰락과 조선 건국에서 배운 공동체의 기틀을 세운다
우리는 고려의 몰락이 외세의 탓이 아니라 이미 내부에서 뿌리째 흔들린 결과였음을 확인한다.
부패한 권문세가, 흔들린 민심, 무너진 국방은 국가가 스스로를 지탱할 힘을 잃어버렸다는 거대한 신호였다.
조선의 건국은 새로운 왕조의 출현이 아니라 국가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는 치열한 시대적 요청이었다.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국가의 운명을 지탱하는 것은 건물도 제도도 아닌, 공동체를 향한 책임의식과 정의임을 확인한다.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내부의 무질서와 분열을 외면한 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선언을 통해 다시 새긴다.
#세종의 애민정신과 집현전의 실험정신을 오늘의 기준으로 삼는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애민정신은 이상이 아니라 철저히 현실을 바꾸기 위한 체계적 실험이었다.
문자를 몰라 억압받던 백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 글을 창제했고, 학문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집현전을 설립했으며, 국가 경영을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 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세종의 통치철학이 21세기의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국가 운영의 지침임을 확인한다.
국가가 백성을 향할 때, 지식과 과학이 약자를 품을 때, 정책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세종의 정신은 우리가 계승해야 할 한민국의 미래 자산임을 선언한다.
# 경희궁이 보여준 도시의 상처와 회복력에서 미래 도시의 길을 본다
경희궁은 시대의 폭력과 정치의 요동 속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고 가장 깊이 상처 입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손길과 도시의 시간이 상처를 감싸며 회복의 길을 열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시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 쓰는 종이가 아니라 기억과 상흔을 품고 재생하는 유기체임을 확인한다.
도시의 품격은 고층 건물이나 인구 규모가 아니라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서울의 미래 역시 경희궁이 보여준 회복의 정신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로 그려질 수 있음을 선언한다.
# 선조들의 기록·희생·책임에서 국가의 정신적 기반을 확인한다
실록을 지키고 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조들은 그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국가의 중심을 놓지 않았다.
그들이 지킨 것은 책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신적 뿌리였다.
우리는 탐방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곽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이 국가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조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역사를 향한 윤리적 태도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선언한다.
기록과 정신, 책임과 희생은 나라를 이루는 가장 깊은 토대임을 확인한다.
#. 조선 몰락의 원인은 내부 개혁의 실패이며, 동학의 외침은 오늘의 기준이 된다
조선의 몰락은 외세 때문이 아니라 이미 내부에서 병든 구조가 스스로를 갉아먹은 결과였다.
백성을 돌보지 않는 정치는 국가를 지탱할 힘을 잃게 한다.
동학의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외침은 종교적 선언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방향을 바로잡는 근본 원리였다.
우리는 이 정신이 오늘의 민주주의와 공동체 윤리를 세우는 가장 확고한 기준이 되어야 함을 선언한다.
사람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 창경궁과 덕수궁은 근대의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던 역사 현장이다
창경궁의 변형된 모습은 외세가 한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언이다.
그 상처를 따라 걷는 동안 근대의 고통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나 덕수궁 중화전은 대한제국이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가의 존엄과 희망을 상징한다.
황제가 조회를 열던 공간은 무너져가는 나라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마지막 자리였다.
우리는 이 두 공간에서 상처와 희망을 동시에 기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배운다.
# 임진왜란과 기축옥사가 남긴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임진왜란과 기축옥사를 돌아보며 외세보다 위험한 것이 내부의 분열과 부정임을 확인한다.
정의가 무너지고 기록이 흔들리고 공동체의 윤리가 약해질 때 국가는 가장 빠르게 무너진다.
경기전과 전라감영은 그 사실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이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내부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체 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무를 선언한다.
# 탐방을 통해 우리는 결국 ‘사람의 길’을 배웠다
왕의 길은 과거의 왕이 걸었던 길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었다.
우리는 공간이 전하는 말 없는 질문에 귀를 기울였고, 그 속에서 삶과 공동체의 원리를 다시 찾았다.
국가의 흥망은 권력이나 제도보다 사람들의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탐방을 통해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정신을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사회에서 실천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 탐방을 마치며- 백승기
왕의 길 12회 탐방과 16회 특집기사 연재는 오늘의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한 여정이었다.
길 위에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선조들의 숨결이 조용히 되살아났고, 조선의 흔적은 오래된 돌보다 더 뜨겁게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탐방을 이어가며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역사가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기록 속 인물들은 유적 앞에서 생생한 얼굴로 다가왔고, 그들이 지키려 했던 정신이 지금도 이어져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곳곳의 상처 난 공간은 도시도 사람처럼 기억을 품고 자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건축물보다 마음에 먼저 남는 흔적이 있다는 것도 이 길에서 배운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조선의 성쇠를 따라 걸으며 민심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무거운 진실도 확인했다. 근대의 상흔이 남은 궁궐에서는 변화의 시대일수록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전란과 정치적 격변의 현장은 내부 분열이 외세보다 더 큰 비극을 불러온다는 경고를 지금도 선명하게 전하고 있었다.
탐방의 마지막에서 나는 역사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역사는 지식이 아니라 삶을 바로 세우는 힘이며,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과거를 배우는 일은 오늘의 책임을 묻는 일이며, 공동체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이 여정은 나에게 한 가지 분명한 다짐을 남겼다. 조선의 길에서 발견한 정신적 유산을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품고, 우리는 이 여정의 울림을 앞으로의 걸음 속에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방희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김이중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단장 “韓, 日과의 관계 가장 중요… 양국 미래지향적 발전 의지 확인” [세계초대석]](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9/20251209514867.jpg)



![[속보]이 대통령 “내년 ‘6대개혁’ 필두로 국가대도약 출발···갈등·저항 이겨내야 변화”](https://img.khan.co.kr/news/r/600xX/2025/12/09/news-p.v1.20251209.497e149fcc4c4ec7b7eac9802bca7915_P1.webp)
![[속보]천대엽 “사법부, 국민 높은 불신에 자성·성찰···귀한 목소리 경청할 것”](https://img.khan.co.kr/news/r/600xX/2025/12/09/rcv.YNA.20251209.PYH2025120903200001301_P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