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일부 국가에서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 요금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묶음 상품으로 출시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일부 요금제의 경우 최대 46%까지 인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태지역 6개 국가의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료 인상을 이용자에게 이메일로 공지했다.
해당되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이다.
보도에 의하면, 호주의 마이크로소프트365 패밀리 요금제 구독료가 연간 85.50달러에서 연 110달러(139호주달러에서 179호주달러)로 인상된다. 약 29%의 인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365 퍼스널 구독료는 연간 68달러에서 98달러(109호주달러에서 159호주달러)로 인상돼 46%나 올랐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365 호주 웹사이트는 인상된 가격으로 수정됐다.
기존 구독자는 현 가입 약정 기간 종료 후 서비스 갱신 시 새로운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가격 인상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디펜더를 통한 고급보안, 클립챔프 같은 크리에이티브 도구,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 아웃룩 등의 기능 향상,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및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의 신기능 등 12년 간 추가한 광범위한 구독 혜택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365 가격인상 대상 국가는 코파일럿의 일부 기능을 별도 구독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상품을 판매하는 지역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국가의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자에게 매달 60 크레딧을 제공해 코파일럿의 콘텐츠 생성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코파일럿 번들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지역이다. 한국 개인사용자는 월 2만9000원의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프로’를 별도로 구독해야 생산성 앱에서 생성형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 가격 인상이 더 많은 국가로 확대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구독자 중 코파일럿 이용을 원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365 클래식’이란 구독 옵션을 선택해 전과 동일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365 클래식’ 구독은 서비스 해지를 선택한 뒤 나타나는 방어 페이지에서만 보일 뿐 공개된 웹사이트엔 노출되지 않는다.
해당 국가 사용자의 반발이 거세다. 뉴질랜드의 한 사용자는 AI 없는 마이크로소프트365 구독 방법을 공유하면서 “고객에 대한 선의와 신뢰를 노골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고객에게 기존 가격 유지 방법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을 비윤리적”이라며 “뉴질랜드 상무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적었다.
호주의 한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365 클래식을 찾아내는 방법을 공유하면서 “널리 전파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커뮤니티 페이지에도 가격 인상에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시장 지배력의 악용’, ‘소비자를 기니피그 취급’ 등 강도높은 비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구독 서비스 가격 인상은 작년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세일즈용 코파일럿, 서비스용 코파일럿 등에 새로운 월별 결제 옵션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 구독자는 연간 구독을 약정하고 월마다 지불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용자가 월마다 지불하는 경우 연간 요금을 한번에 결제하는 것보다 5%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4월 1일부터 클라우드서비스프로바이더(CSP), MCA-E(엔터프라이즈용 마이크로소프트고객계약), 온라인구매 등의 연간 구독에 대한 사용자별 월별 청구 플랜을 코파일럿 외 다른 오피스 구독 상품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365, 오피스365, 엔터프라이즈모빌리티+시큐리티, 윈도우365, 다이나믹스365, 파워플랫폼, 기타 온라인 서비스 등의 연간구독 월별 지불 시 5%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계약(EA)을 체결해온 중견중소기업의 계약을 MCA-E나 CSP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해당되는 규모의 기업은 기존 EA 종료 후 동일 조건으로 갱신할 수 없고, 새 조건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EA 계약에서 제공받아온 여러 혜택이 사라져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중 한번의 구매로 영구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는 설치형 오피스 에디션을 2종 더 출시할 예정이다. 설치형 오피스의 경우 5년의 기술지원을 제공하며, 코파일럿 등 생성형 AI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일부 국가에서 마이크로소프트365의 가격 인상은 소프트웨어 구독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구독형 소프트웨어 이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입자의 해당 서비스 종속성은 강화된다. 이용자의 구독 해지 결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서비스 가격 인상은 제공기업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오피스 소프트웨어나 크리이에티브 소프트웨어 등 생산성 앱의 경우 해당 기술 의존이 심해 구독을 해지하기 더 어렵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