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큰 산 잘 넘을까

2025-08-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NBC 방송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이 된 지금도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 언행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경쟁자보다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측근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불안 요소다.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예측불가한 언행이 큰 불안 요소

지혜롭게 중요 이슈 집중하거나

국익 부합하는 전략적 틀 제시를

다른 국가 정상들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취했던 4가지 전략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처럼 공개적으로 들이받는 것이다. 이 전략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카니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캐나다와 다르다. 캐나다와 미국 경제는 샴쌍둥이처럼 붙은 한 몸이다. 따라서 트럼프와의 대결 구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좋은 전략은 아니다.

둘째, 정상회담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국방비 지출과 가자지구 분쟁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거부하는 중에 양국 정상회담을 회피해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껏 이런 전략으로 호주가 손해를 본 것은 없지만, 앨버니지 총리가 트럼프와의 회담을 끝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낮은 자세로 한국에 중요한 몇몇 이슈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럼프 1기 시절에 취했던 전략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기분을 좋게 하며 자주 만났다. 만남의 목표는 단순했다. 남북 화해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간파했고 심지어 노벨평화상 수상감이라고 추켜세웠다.

소위 ‘화염과 분노’로 대표되는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던 트럼프는 결국 입장을 선회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는 불확실하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위기 국면을 넘기자 북한은 계속해서 아무 제재 없이 미사일과 여타 무기 체제 개발에 몰두했다.

이 대통령은 목표를 좁혀 전시작전권 전환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은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규모를 축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앨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같은 참모들에겐 꽤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방향 없이 주한 미군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한국의 역내 전략적 영향력과 한반도 안보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김정은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북핵에 정당성을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역내 안보를 위한 미국의 의지에 대한 신뢰성에 타격을 줄 것이다.

넷째, 트럼프의 우선순위를 연구하고 역내와 글로벌 맥락에서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한·미 협력의 전략적 틀을 제안하는 것이다. 제한적인 국가 차원의 의제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역내 안보를 위해 이처럼 포괄적 접근을 취한 정상들은 트럼프와의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좋은 사례다. 필자가 트럼프와 회담을 한다면 이 전략을 차용하겠다. 하지만 트럼프 1기에 포진했던 맥 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책사들이 트럼프 2기에는 많지 않고 트럼프는 자신의 운신 폭을 최대로 가져가고자 관료들의 일관성 있는 국가 전략 수립의 길을 오히려 막고 있어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에게 최선의 선택지는 아마도 셋째와 넷째 전략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다만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 약속과 트럼프의 관세 집착을 인정하는 조건이 따를 것이다. 역내 평화와 안보 강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한반도 비전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전략을 한국의 전작권 환수 차원 보다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방위비 분담 불균형 해소의 일환으로 제시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언제나 자신이 이겼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트럼프와의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서는 트럼프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부디 성공하길 기원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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