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허브 도약 '골든 타임'…IP펀드·稅공제 등 지원해야

2025-02-27

“배우 출연료를 비롯해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제작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올려놓고 시장을 잠식하며 수익성이 악화돼 중견 드라마·예능 제작사조차 상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올해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돼 본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업을 수주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곳이 많아요.”(중소 드라마 제작사 대표 A 씨)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드라마 제작 등에 500억~6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K콘텐츠의 경쟁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오히려 생존 위기에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요인으로 제작비 급증과 광고 시장 침체, 낮은 제작 투자비 회수율 등을 꼽는다. 특히 국내 드라마 제작비는 전세계적인 인기와 비례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진희 중앙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3억 7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이후에는 회당 평균 31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국내 채널 사업자와 유료 방송 시장에서 단일 콘텐츠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100억~150억 원이 최대치다. 10회 짜리 드라마를 제작할 경우 최대 310억 원이 투입되는 셈인데, 드라마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제작비의 절반에 그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광고 단가가 지상파 위주로 급락 중인 점은 제작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태계 파괴 속도가 너무 빨라 대처할 수가 없다”며 “특히 중소 제작사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K드라마와 K팝이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주도한 제작비 상승 등에 따른 ‘생태계 파괴’라는 부작용을 해결하지 않으면 ‘넥스트 K컬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K콘텐츠가 동남아시아 전진 기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콘텐츠로 ‘퀀텀 점프’하는 현 시점이 이러한 부작용을 개선하는 ‘골든 타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미 시장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경쟁력 있는 작품을 제작해 지적재산권(IP)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선진국의 IP 보호 정책 사례인 ‘콘텐츠 IP 펀드’ 조성, 제작사들의 IP 개발·확보·투자 확대, 글로벌 OTT에 대항할 ‘토종 OTT’ 적극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확대 개편하고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대 3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글로벌 OTT와 경쟁해야 하는 대형 제작사의 세액공제율은 최대 15% 수준이고,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영세 제작사들은 공제를 받을 것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 B 대표는 “세액공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일몰제가 아닌 상시제로 전환하고 기본 공제율도 최소 10%로 설정한 후 법인세를 감면받지 못하는 제작사들에게는 일부 환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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