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어느새 필자도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50과 60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50은 나이 든 중년일지라도 아직 현역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60이 되는 순간 은퇴, 노인이란 기분은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때론 주변에서 60대를 측은하게 보기도 하는데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든 60대라도 난 지금 나이가 꽤 마음에 들며 젊은 50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다. 오히려 우리 시대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직하는 요즘의 젊은 친구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치열하게 공부해 취직을 해도 돈을 모아 안정적인 아파트 한 채 사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젊은 시절부터 나이가 들어서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미리 준비하고 나만의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하며 가족·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내가 꾸준히 상담 공부를 하는 것도 나의 주변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와 사회를 위해서다.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는 나의 행동이 변화해야만 주변도 변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60이 된 내가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처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부는 끝이 없는 과제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요즘 신세대 용어 중 ‘샐러던트’라는 말이 있다. 직장인을 의미하는 샐러리맨과 학생을 의미하는 스튜던트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단어다.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긍정적으로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그와 반대로는 치열해진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기도 한데 이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닌 전문가 집단인 의사, 변호사에게도 해당된다.
이처럼 앞으로는 더욱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더 풍성한 인생을 위해 공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일찍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는 사람도 꽤 많다.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이란 책에는 행복의 주요 조건 중 하나를 ‘평생 공부’라고 하였다. 즉 평생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의 행복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생각하고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남겼다. 하버드대 교수와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생각을 가다듬고 나만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확고히 정립해 나간다면 더 행복한 인생이 될 거라 확신한다.
나는 배움이 ‘세상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세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성되는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과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공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도가 넓혀졌고 새로운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60대가 되어서 가장 좋은 점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인데 시간적 여유는 자칫 지루한 인생이 되기 쉽지만, 이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면 어느새 지루한 하루는 환상적인 하루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배움의 즐거움과 설렘을 아는 사람의 눈빛은 늘 빛이 난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트레스받는 공부가 아닌 배움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삶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