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7세, ‘표’는 없지만···“정치, 몫 없는 자들 목소리에 응답하길”

2025-05-22

‘시위하는 청소년은 멋있지 않고 기특하지 않고 당신의 동료일 뿐입니다’. 스티로폼에 펜으로 적은 손팻말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겨울 엑스(구 트위터)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정당 가입 권리는 16세, 선거권은 18세, 피선거권은 40세부터 주어지지만 광장에 나서는 데에는 연령 제한이 없었다.

사진을 온라인에서 홍보하기 시작한 건 시민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3년째 활동하는 수영(17·활동명)이다. 2007년 11월생으로 이번 대선 투표권이 없는 그는 지난 12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친 인터뷰에서 “정치가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가 없다고 시민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청소년이든 이주민이든 투표권 없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모든 존재를 고려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5년 전이다. 교칙 개정부터 코로나19 방역 수칙까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결정하는 데 당사자인 학생 목소리가 배제되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제도적 개선책을 고민하며 정치 참여를 결심했지만 정당 가입 연령에 못미쳤다. 녹색당의 부문당인 청소년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지금도 18세가 되지 않아 선거 운동은 못한다.

정치 참여에는 늘 ‘연령’이라는 장벽이 따라왔지만, 12·3 불법계엄으로 “나도 제거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은 모두의 것이었다. 전체 시민이 아닌 지지자, 극우 유튜버의 목소리만 들은 대통령의 결정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봤다.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2월4일부터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달 4일까지 총 43차례 거리 집회에 나섰다.

광장은 평등하고 유쾌했다. 지난해 12월6일 업로드한 스티로폼 손팻말 사진은 엑스(구 트위터)에서 2만 번 가까이 리트윗(RT)됐고 10대 참여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들었을 때는 지난 4개월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눈물이 났다. 역시 “누군가가 대신 내 삶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고 기대”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이번 대선은 광장의 주역이었던 평범하고 다양한 시민의 삶을 바꾸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란 세력”인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적극적 사과 대신 ‘과거는 묻어두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정책 공약 개발에 소극적이고,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추운 겨울 광장에 나선 시민들이 단순히 윤석열 한 명 끌어내리자고 모인 건 아니거든요. 다양한 시민이 각자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잖아요. 이제 와서 그런 요구들을 간과해선 안 되는 거죠.”

그가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체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이날 청소년 대상 설문을 거쳐 6개 요구안을 내놨다. 학생휴가제와 입시경쟁폐지, 학생인권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청소년 성착취 범죄 근절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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