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 모두의 힘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고 신뢰 받는 백년(100년) 효성을 만들자." (조현준 회장, 2025년 1월 2일 신년사에서)
1966년에 창립, 백년의 절반 이상을 걸어온 효성이 올해 또 새로운 1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고(故)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과 차남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효성과 HS효성으로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면서다. 분할 후 1년간 효성그룹의 사업 간 성과 격차가 두드러지면서 그룹 내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새 과제로 떠올랐다.
그룹 내 역대급 효자 '효성중공업'···누적수주 11조 기록
올해 대내외 불안정성 속에서 효성그룹은 비교적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의 영업이익은 41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8.1%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도 2조4140억원으로 같은기간 6.2% 증가세가 점쳐진다.
올해 그룹 실적을 견인한 주역은 단연 효성중공업이다. 올해 3분기 관세 비용 100억원을 반영하고도 매출 1조6241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확충 등에 따른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효성중공업은 미국과 유럽 유틸리티 회사들의 송전망 투자 확대 기조로 인해 국내외 생산거점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주잔고는 1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약 4조9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즉 당장 신규 수주가 없어도 앞으로 2년은 안정적으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와 초고압 전력기기 토털 솔루션 계약까지 체결하며, 성장세는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전력기기 수요 폭증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인수해 '신의 한 수'로 평가받았던 미국 멤피스 공장에는 4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 내년까지 증설을 마칠 계획이다. 이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로, 이번 투자로 생산능력이 두 배로 늘어난다. 창원과 인도 푸네 공장도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효성중공업은 올해 사상 첫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의 중공업 부문은 현재 북미 매출 비중이 23%지만, 신규 수주의 53%가 북미향으로 집계됐다"며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HVDC 시장 진입을 통해 구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7년 만에 사법리스크 풀렸다'···효성화학, 재무개선 속도내야
지난 10월 조현준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마침내 해소됐다. 대법원은 조현준 회장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 관련 2심 결과인 징역 2년 및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했다. 조 회장은 2018년 기소 이후 1심에서 일부 배임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주요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감형됐다. 이번 확정 판결로 약 7년 9개월간 이어진 법적 공방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효성중공업으로 향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전력기기 슈퍼사이클 호황이 맞물리면 더 큰 사업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효성중공업은 판결 직후 유럽 첫 글로벌 R&D센터를 준공하는 등 공격적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효성그룹 계열사의 사업 균형이 먼저라고 제언한다. 효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ITX 중 효성화학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을 담당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핵심인 효성비나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이 날로 악화되면서다.
효성비나케미칼은 2018년 호찌민시에 설립된 베트남 법인으로, 에틸렌·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PP)·수소 등 기초 화학제품과 액화가스 부산물을 생산한다. 감사기관 PwC 베트남에 따르면 효성비나케미칼은 1조507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 단기부채가 단기자산을 1조2124억원 초과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효성화학도 2022년 1분기부터 1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3분기 -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발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해왔다. 지난해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을 9200억원에 처분한 데 이어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도 ㈜효성에 1500억원에 양도했다. 지난 4월 효성비나케미칼 지분도 49%나 매각했으며 지난달 31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약정 ▲1000억원의 영구전환사채(CB) 인수 ▲2000억원 상당의 백금자산 매입 및 재리스 등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지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폴리프로필렌(PP) 사업 부진을 상쇄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지만 구조조정 여력은 확보한 상태다.
이에 효성화학은 최후의 수단으로 대표이사를 독립시키며 장기 부진에 빠진 화학 사업 회복과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효성은 지난 4일 이천석 효성화학 필름 PU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15년 효성화학에 입사해 옵티컬필름PU와 필름PU를 이끌어 온 내부 인사다. 기존에는 이건종 대표가 효성화학과 효성네오켐을 겸직해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대표가 효성화학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천석 대표는 옵티컬필름뿐 아니라 화학 소재 전반에 대한 전문가"라며 "이번 선임으로 부진한 화학 업황을 극복하고 사업 재편과 재무건전성을 한층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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