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자국 군함에 자폭 공격을 하고, 이를 베네수엘라에 뒤집어씌우는 비밀 작전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본인 텔레그램에 “베네수엘라는 단호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있다”며 “우리 영토 내 CIA 자금 지원을 받은 작전과 연관된 범죄 조직을 해체 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작전’은 현재 카리브해에서 진행 중인 미국과 트리니다드토바고 간 공동 군사 훈련이다. 미 해군 구축함 USS 그래블리는 26일부터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 정박해있다.
힐 장관은 훈련의 성격에 대해 “CIA가 주도하는 위장 작전(false-flag operation)”이라며 “그 목적은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정박 중인 미군 군함을 공격한 뒤 그 책임을 베네수엘라에 뒤집어씌워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는 자국 영토가 카리브해의 평화를 위협하는 음모에 이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이런 작전은 제국주의 세력이 늘 써왔던 시나리오”라며 메인호 사건과 통킹만 사건을 언급했다. 메인호 사건은 1898년 미국과 스페인 간 전쟁의 단초가 된 사건으로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 아바나항에정박 중인 미 해군 전함 메인호가 침몰하자 미국은 스페인에 화살을 돌리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침몰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건이다. 1964년 통킹만에서 미 구축함이 북베트남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게 당시 미국 정부 발표였는데, 1971년 폭로된 ‘펜타곤 페이퍼’(국방부 내부 문서)에는 통킹만 사건 일부가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즉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트리니다드토바고 간 공동 군사 훈련도 이같이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카리브해에서 마약 수송선을 격침하는 군사 작전을 진행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지상 타격도 고려 중”이라며 작전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내 CIA의 비밀 작전 수행을 승인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노벨평화상 마차도 시민권 박탈 추진도

한편 마두로 정권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시민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집권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이자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당(MAS) 소속 정치활동가 루이스 라티는 대법원에 마차도를 비롯한 20여 명의 야권 정치인과 언론인의 시민권 박탈을 요청했다. 지난 2023년 마차도의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소송을 주도했던 라티는 “조국을 모욕하고 외세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은 국민일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권 박탈 추진 인사엔 2019년 미국과 유럽이 ‘합법적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던 후안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훌리오 보르헤스, 안토니오 레데스마 등 망명 중인 야권 지도자와 언론인이 다수 포함됐다. 또 마차도 대신 지난해 대선에 출마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마두로 대통령에 승리를 거둔 것으로 인정받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르티아도 명단에 올랐다.
마차도는 지난 2014년 여권을 빼앗긴 뒤,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약 15개월째 신변을 피해 은신 중이다. 곤살레스는 선거 직후 스페인으로 망명했다. 야권과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한 인권단체는 “시민권 박탈은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마두로 정권이 비판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며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