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매일의 마음가짐

2024-11-26

‘오, 정말 완벽한 날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적어도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매일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법한 남자다. 그의 매일이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화려한 이벤트로 수놓인 거창한 일상을 매일 영유해서가 아니라 단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잘 알고 있어서다. 그는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사람이다. 게으르고 산만하며 핑계대기 좋아하는 범인은 실천하기 힘든 현자의 태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느끼면서 살아간다.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다.(참고로 이 영화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 ‘THE TOKYO TOILET PROJECT’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의 아침을 깨우는 건 이른 아침 동네를 청소하는 이웃집 어른의 비질 소리. 눈을 뜨면 간단히 세안하고 집안의 식물들에 물을 준 후 집을 나선다. 청소 도구로 가득 찬 차에 몸을 싣고 올드팝을 선곡한 뒤 일터로 달린다. 밤사이 더러워진 주인 없는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시간엔 근처 공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오후의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 햇살을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를 즐긴다. 카메라를 꺼내 그 순간의 빛을 기록하는 일은 그의 오랜 취미 생활. 일이 끝나면 공중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단골 가게에서 저녁을 먹은 뒤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 같은 생활은 반복된다.

히라야마의 태도에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한다는 자연스러운 무심함이 있다. 존재의 이유와 증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지나간 뒤의 깨달음 같지만, 영화는 그의 과거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가출한 딸을 찾으러온 여동생과의 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자발적으로 부와 권력 지향적인 어떤 세계를 거부하고 지금의 세계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더러움과 깨끗함, 미천함과 고귀함, 성공과 실패 같은 세속적 잣대로 세상을 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직업이 청소 노동자인 것은 중요하기도 하고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그는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자신의 기준과 속도로 살아간다.

히라야마의 오늘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집을 나설 때마다 그는 희망의 표정을 짓는다. 그런 표정만으로도 삶은 충만해질 수 있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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