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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로 골치를 앓던 중국에서 ‘란웨이와(爛尾娃)’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의미로, 고등교육을 받았는데도 끝 무렵이 좋지 않음을 뜻한다. 이 말은 ‘짓다 만 아파트’ ‘마무리가 좋지 않은 집’이란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유래했다. 자금부족으로 시공이 중단돼 방치되거나 미분양된 아파트에 빗대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학력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부모에게 기대 생계를 꾸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은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 응답자 1만442명 가운데 직업을 갖고 있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70.4%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은 ‘백수’란 얘기다. 특히 청년층 신규 박사의 직장 구하기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학위를 딴 30세 미만 응답자 537명 중 무직자는 47.7%로, ‘청년 박사’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이 일자리 시장을 강타하면서 일반 대졸자뿐 아니라 최고학력인 박사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전될 만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등에 따른 기업 심리 위축으로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8.9%만이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6곳(61.1%)은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 신규 교수 임용은 이미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청년 실업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사회의 성장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취업을 못하거나 늦어지면 결혼과 출산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되고 결국 그 비용은 후세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