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지만

2024-09-27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외로움을 느낄 때면 떠올려보곤 하는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 중 일부다. 시인의 말처럼, 외로움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엔 외로움이 전 세계적인 병리현상이 된 듯하다. ‘외로움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이 되었다’는 진단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외로움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도전 과제로 간주해 해결책 마련에 나선 국가도 적지 않다는 게 이를 시사한다.

영국, 일본, 독일 등이 그런 경우다. 처방은 다르지만 이들 국가는 외로움을 사회적 위험으로 간주해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컨대 영국과 일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외로움 담당장관’을 임명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며, 독일은 지난해 12월 ‘함께 외로움에서 탈출’ 행동주간 등 100여 가지 외로움 줄이기 대책을 내놓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독사 문제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 고독사의 선행조건이라 할 외로움에 대해선 문제의식이 희박한 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와 고령 가구의 증가에 따른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되었지만, 국가 차원의 고독사 대책도 지난해에서야 처음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외로움 퇴치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처방 없이 고독사 문제에만 집중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일차원적인 대응은 괜찮은 것일까? 고독사는 인간이 겪게 되는 가장 극단적인 외로움의 결과라는 점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라도 ‘외로움 정책’마련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외로움 정책’ 마련은 국가가 나서야 하는 문제지만, 나는 소멸 위협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젊은층의 수도권 이탈로 인해 고독과 외로움 등 사회적 고립을 느끼는 ‘고령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게 소멸 위협에 처한 지방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전북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해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전북이 외로움 정책에 가장 특화된 지자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게 그것이다. 전북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타지역 사람들보다 외로움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뿐만 아니라 퇴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선다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전북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제안을 허무맹랑한 망상이라며 비웃을 사람들이 많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국가도 쉽게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를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보겠다며 나서는 건 당랑거철(螳螂拒轍)과 다름없는 일이니 이는 당연한 반응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홀로 사는 고령 노인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점과 고령 노인이 폭증하고 있는 전북자치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실패할 게 뻔하다면서 미리 포기하지 말고 시도라도 한번 해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무기력과 패배주의다. 대부분의 혁신은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과감하게 부딪혀보자. 전북이 외로움정책에 특화된 지자체로, 벤치마킹대상이 되어 있을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장연국 전북도의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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