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예능 ‘썸장사’…마케팅인가, 리얼리티의 장애물인가

2025-04-23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본 시청자라면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의아함을 품은 이가 있을 법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썸장사’다. 남녀 사이에 교제 이전의 호감 단계를 의미하는 ‘썸씽(Something)’의 ‘썸’과 이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삼는 ‘장사’의 합성어다.

요약하자면, 예능 프로그램이 그 내용과 포함된 아니라면 내용과 무관한 두 출연자의 관계를 강조해 이를 프로그램의 흥행 포인트로 삼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 예능에서 나왔던 가상의 부부, 가상의 연인과 또 다른 개념으로 ‘방송용 교제’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실제 꽤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썸장사’로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그램 안에서 출연자들의 관계를 언급하는 말이 나오면, 당사자들은 부정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독려하는 그림이 따라간다. 그리고 이후 각종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된 듯한 리뷰가 나오는 것이 순서다.

‘썸장사’라는 단어는 올 초 방송인 전현무가 출연한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를 통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출연한 아나운서 홍주연이 ‘아나운서 이상형 월드컵’에서 전현무를 뽑은 후 열애설이 생겼다. 하지만 전현무는 방송에서 이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 묘한 태도로, 결국 3월 결혼설과 5월 결혼설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가 MBN ‘전현무계획 2’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는 한 편의 ‘큰 연극’이었다. 그는 이 같은 행태가 세간의 비판을 받자 후배인 홍주연 아나운서에게 사과하며 의혹을 일단락했다.

이후에는 방송을 통해 연애 리얼리티에 출연했던 이들에 대한 ‘썸장사’가 지속됐다. 지난달 막을 내린 KBS2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는 개그우먼 이영자와 배우 황동주가 커플로 연결됐다. 이들의 결론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끝난 게 아니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등의 프로그램으로 확산했다.

두 사람은 누구도 교제 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고 일부 언론은 의혹을 부추기는 보도를 이어갔다. 결국 배우로서는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던 황동주가 이영자와의 ‘썸’ 이후 KBS2 ‘불후의 명곡’까지 예능 출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 커플이 된 개그우먼 김숙과 배우 구본승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사연은 KBS2 ‘사당귀’와 MBC ‘구해줘! 홈즈’ 등 두 사람의 출연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며 계속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호감과 가능성만을 언급했지만, 방송사와 언론은 교제의 가능성을 부풀리며 대중의 오해를 부추겼다.

이러한 상황은 ‘진짜보다 더 진짜’를 원하는 대중의 최근 기호를 호도할 뿐 아니라, 향후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단계로 대중을 몰 가능성이 있다. ‘진짜’를 빙자하는 ‘가짜’는 결국 지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기반을 위협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진짜가 아닌 부분을 진짜처럼 연출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는 결국 출연자의 관계를 내세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모습은 ‘양치기 소년’과 같다. 나중에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나중에는 교제 이상의 부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분이 강조돼 선정성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는 연예매체들의 공조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연예인들 역시 예능의 ‘선’을 잘 아는 예능인들이 이러한 ‘썸장사’와 관련이 된다. 주목도가 떨어진 이들이 이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썸’을 이용하거나, 이를 방치하는 제작진과 언론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식은 계속 지적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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