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네마프로젝트 부문 상영작 다큐 영화 <호루몽> 관객과의 대화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혐오 구조 바꾸려면 행동해야"

“2000년, 일본 유학 시절 우연히 본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신숙옥 선생님의 ‘사이다’ 같은 발언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 꼭 이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DHC에서 제작한 ‘뉴스여자’ 사건을 계기로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호루몽>을 연출한 이일하 감독은 지난 3일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번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은 성공한 사업가에서 사회운동가로 거듭난 신숙옥의 삶을 따라간다. 나아가 할머니와 어머니에 이은 3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일본 사회 속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조명한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산업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섹션을 통해 공개됐다.
<호루몽>은 DHC TV에서 방영된 우익 성향 프로그램 ‘뉴스여자’가 오키나와 평화운동을 비방하며 신숙옥을 왜곡된 방식으로 이용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2018년 신숙옥이 DHC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과정을 따라가며, 일본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구조를 고발한다.
신숙옥은 이날 GV에서 해당 사건에 맞서기로 결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인종차별주의는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실제로 2013년 한 해에만도 혐오 발언이 3000에서 4000 건 이상 확인됐습니다. 언론은 침묵했고, 경찰은 오히려 차별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체포했죠. 모두가 겁에 질렸고, 특히 여성들은 말 그대로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말했다.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특히 여성은 더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억누르는 구조 안에서는 더 약한 이들이 계속 눌립니다.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행동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호루몽>이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공동체가 함께 마주해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에서 본 것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한국 근대사의 투쟁에서 가능성을 배운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일하 감독이 만든 이 기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역사이자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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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아 hahaha66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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