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실행할 예정인 가운데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출받기가 더 까다로워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관심사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는 것이고, 실수요자들은 7월 이후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 스트레스 DSR 3단계는 무엇인가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심사 시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로 개인이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 소득 대비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대출금이 많을수록,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을수록 그만큼 대출한도가 낮아진다.
스트레스 DSR은 일반 DSR과 비교해 더욱 깐깐한 기준을 적용한다. 금리 상승기 변동금리 차주의 상환능력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낮추는 식이다.
정부는 스트레스 DSR을 통해 차주가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가계대출을 받는 것을 막고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려는 계획이며, 1단계와 2단계는 시행했고 3단계를 앞두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2월 스트레스 DSR 1단계 시행 당시 주택담보대출에 0.38%p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은행권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2금융권이 주담대에 수도권 1.2%p, 비수도권 0.75%p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올해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은행권과 2금융 모두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p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다.

◇ 연소득 5000만원, 대출한도 5000만원 축소
그렇다면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는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 결과 연봉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변동형 주담대를 신청하면 스트레스 DSR 적용 전에는 최대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2단계에서는 6억400만원, 3단계에서는 5억56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하면 대출한도가 1억원 이상 깎이는 것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같은 조건으로 변동형 주담대 신청 시 스트레스 DSR 시행 전에는 대출한도가 3억2900만원, 2단계에서는 3억200만원, 단계에서는 2억78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규제 시행 전 대비 5100만원 쪼그라드는 셈이다.
특히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의 대출 규제는 한층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가 제한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제한된다.
실제 은행권은 최근 다주택자와 갭투자자 대상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막고 갭투자 방지 차원에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서울 지역에 한 해 다주택자의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강남‧서초‧송파‧용산 지역 한정 다주택자 대출을 중단했다.
SC제일은행은 유주택자(1주택자) 대상 서울 지역 주택구입 목적용 주담대를 중단했다. 나아가 유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기존 15억원에서 2억원으로 제한했다.
2금융권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규 대출 및 승인을 보다 촘촘하게 관리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KB손해보험, 삼성화재가 서울 유주택자의 주담대 취급을 제한했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대출 영업이 아예 막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다 못해 닫히는 곳까지 생기면서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전 대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창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DSR 3단계가 시행되는 7월이 되면 더욱 대출받기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상담이 많다고 한다. 아직 수요 자체가 눈에 띄게 튀는 수준은 아니지만 점차 수요가 늘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전 전세대출 심사는 당장 5월부터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SGI서울보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조정하며, 3대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현행 보증 비율인 90%로 일원화한다.
그간 은행은 HUG 등 보증보험기관 보증이 있으면 담보 없이 금융 소비자에게 보증비율 100%로 전세대출을 내줬다. 즉 임차인이 돈을 못 갚으면 HUG 등이 전부 내줬다는 뜻이다.
그런데 5월부터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손해를 입을 위험부담이 커진다. 대출 심사가 더 깐깐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보험기관 보증비율이 줄어들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서 이에 대한 심사 역시 보다 꼼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DSR 3단계 부작용 우려도
일각에선 당국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되려 증가하는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과거 당국의 대출 정책이 삐걱거릴 때마다 가계부채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스트레스 DSR 1단계를 도입하면서 잠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같은 달 27조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규제 효과가 사실상 상쇄,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은행들이 대환대출 고객 유리를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또 한 번 대출 수요가 자극됐고 지난해 3월 가계대출이 4조9000억원 줄었다가 4월 4조1000억원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7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갑자기 9월로 연기하면서 7월과 8월 가계부채가 1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직전에도 대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감독 대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1~2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는데 최근 주택 거래량 급증과 가격 급등, 가계부채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인하 시기 선택과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감독 사이 협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 주택 거래량 증가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거래 발생 뒤 최대 2~3개월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최근 거래량 증가 및 가격상승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1분기 정도 살펴본 후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과 연계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조정하는 것도 고민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4월부터가 가계대출 관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대출 점검회의에서 “가계대출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토허제로 인해) 활발하게 이뤄진 주택거래가 다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된다. 4월 이후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