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인공지능대학원 학장 “AI는 ‘마법의 지팡이’ 아니다”

2024-11-14

“현재 거대 언어 모델은 서구에서 시작돼 데이터 학습부터 모두 서구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랍 지역이나 글로벌 사우스가 배제되지 않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에릭 싱 ‘무함마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MBZUAI) 학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에서 진행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과학에는 국경이 없고 인공지능은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교수이기도 한 싱 학장은 인공지능 분야 대표 연구자 중 한 명으로, 2021년부터 세계 최초 인공지능 전문 대학원으로 알려진 MBZUAI 학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는 석유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 주도로 석유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물결을 선도하고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2019년 MBZUAI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싱 학장은 “아랍에미리트뿐 아니라 아랍이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인공지능 기술력을 갖게 하는 게 MBZUAI의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MBZUA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재학생은 365명으로, 재학생 중 아랍에미리트 국적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82%는 북미·유럽·중앙아시아·남미·중동·북아프리카·카리브해·동아시아·남아시아·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출신으로 재학생들의 국적만 45개국에 달한다.

싱 학장은 인공지능 연구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주로 혁신에 주목하지만, 결국 혁신의 목적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헬스케어·교육 등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상을 거머쥔 데 대해 “다들 친구 또는 지인들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셈이자, 인공지능 산업이 가진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올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단백질 연구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데 이바지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와 존 점퍼 수석과학자를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공지능 기술 기초를 닦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싱 학장은 힌턴 교수 등이 인공지능이 불러올 위험성을 경고하고, 규제 강화를 요구한 데 대해 막연한 우려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는 “아직 인공지능은 개발 초기 단계로 대중들 이해가 깊지 않아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비롯된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인공지능을 ‘마법의 지팡이’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싱 학장은 이어 “전기·자동차·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새로운 기술은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며 “위험의 정도는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 공장에서의 규제와 도로에서의 규제가 다른 것처럼 기술 ‘생산’과 ‘이용’을 구분해 규제를 만들고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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