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오스의 인기 관광지에서 공짜 술을 마셨다가 시력을 잃었던 관광객의 사연이 전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라오스 방비엥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망 사건의 생존자인 칼럼 맥도널드(23)는 당시 시력을 잃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11월 지인들과 함께 투숙객에게 위스키와 보드카샷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호스텔을 방문했다. 무료로 받은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신 그는 이튿날 야간버스를 타고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맥도널드는 이동하는 내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눈에 만화경처럼 눈 부신 빛이 들어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식중독으로 인한 광과민성 증후군이라고 넘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숙소에 도착한 뒤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맥도널드는 “친구들과 함께 호텔 방에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거지? 누군가 불을 켜줘'라고 말했으나 이미 불은 켜져 있는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맥도널드는 하루 새 멀쩡하던 시력을 잃게 됐다. 현재는 치료를 통해 일부 시력을 되찾았지만, 지팡이와 안내견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시력을 잃은 이유는 방비엥 호스텔에서 제공한 술 때문이다. 호스텔 측이 에틸알코올(에탄올)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독성 물질 메탄올을 술로 속여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널드는 목숨을 건졌지만, 당시 호스텔에서 같은 술을 마셨던 호주인 2명, 덴마크인 2명,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 등 총 6명은 목숨을 잃었다.
맥도널드는 “그날 6명이 죽었다. 그중 2명은 전날 밤 마주쳤던 덴마크 여성들”이라며 “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공짜 음료와 주류는 되도록 피하라”고 강조했다.
세척제나 부동액에 쓰이는 메탄올은 알코올의 한 종류이지만,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달리 섭취 시 시력을 상실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다. 증기로 흡입하는 경우에도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는 물론 심한 경우 혼수상태나 시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위험한 물질이지만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메탄올로 만든 '가짜 술'에 의한 중독 사고가 빈번하다. 메탄올이 에탄올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라오스 또한 법 집행 인력이 부족하고, 식품이나 주류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 메탄올 사용을 경계해야 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메탄올이 든 술을 마셨다가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지난 8일에는 쿠웨이트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같은 기간 63명이 중독 치료를 받았으며, 21명이 영구 실명 또는 심각한 시각 장애를 얻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